달봉샘의 성장통

가슴에 세긴 아이들

달봉샘 2010. 5. 4. 23:06

매주 목요일이면

다음 주 교육안을 보내기 위해

컴퓨터 작업이 한창입니다.

한 장 한 장 검토를 마치고

아이들 인원 수 만큼 마스터를 뜹니다.

따뜻한 종이들이 건네어지면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습니다.

출석부를 보고

하나 하나 아이들의 이름을 적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이름 앞에 꽃을 그리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색색연필로 적기도 합니다.

희망이는 덜렁

하트인지 궁둥이인지만 그립니다.

아이들 이름을 적다가

덜컹 이사간 녀석 이름을 적고 맙니다.

실수입니다.

손이 실수를 한 것인지

마음이 실수를 한 것인지

잘못 적혀진 이름을 들여다 보며

한참이나 앉아 있습니다.

화이트로 쓱싹 지우고

다시 쓰면 그만이지만

이름을 지우자니 괜시리 미안 해 집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이사 간 녀석들 것마져 준비하는 선생님입니다.

출석부에 긴 줄 하나 쓱- 그어 놓으면 그만이지만

이름, 전화번호, 주소가 적혀있는

작은 칸을 둘로 나누긴 싫습니다.

신발장에도 옷장에도

아이들 이름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청소하는 아침이면

먼지 수북한 옷장 속을 들여다 봅니다.

손 길 닿는 곳마다 녀석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차곡 차곡 쌓이는 먼지만큼

헤어진 시간은 쌓여 가지만

손 걸레질 한 번에 깨끗해지는 것처럼

오늘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은 녀석입니다.

점심 청소시간

밥상을 들고 나르고 행주질을 하고

떨어진 음식물을 줏으며 분주하게 청소를 하다가도

이사 간 녀석들 이름을 부를 때가 있습니다.

대답없는 이름에 가만히 서 있을때면

달려와 팔 붙잡는 녀석들의 눈을 바라봅니다.

"선생님. ○○는 이사갔잖아요!"

"알아!"

"그런데, 왜 불러요?"

"응? 응... 혹시나 대답할까 해서.. 히히.. 선생님.. 우습지.."

아침마다

오늘 하루 오지 않은 녀석들을 찾을 때면

아이들은 이사 간 녀석들 이름을 빼놓지 않고 말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보이지 않을 녀석들이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은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이름을 부릅니다.

출장가는 아빠따라 미국 간

예은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평촌으로 이사 간

태권도 사나이 동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만큼 반가운 목소리

녜.... 녜.. 대답만 하는 녀석이지만

전화받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출장가는 아빠따라 미국 간

예은이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인천으로 이사 간

내경이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컴퓨터로 드르륵 인쇄를 해서 아이들과 함께 읽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편지들과 함께 교실벽에 줄 맞춰 붙여 놓습니다.

양말을 흘리고 간 녀석들처럼

마음을 두고 간 녀석들처럼

전화가 오고 편지가 오면

왜 그리도 챙겨줄 것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주말마다 아빠랑 추억 만들기가 있습니다.

4차, 마지막 한 번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선생님! 5차는 언제가요?"

이사 간 동수집을 방문하는 날 5차!

이사 간 내경이집을 방문하는 날 6차!

아이들과 함께 정한 추억 만들기입니다.

"선생님! 미국에도 가요?"

미국 간 예은이도 보고 싶다는 녀석들.

"예은이는 12월에 오잖아. 그리고, 미국은 너무 멀어."

살아있는 스물 두명의 아이들과

가슴에 세긴 세 명의 아이들은

스물 다섯명의 질경이반 개구쟁이 녀석들은

언제까지나 질경이반!

우리 반입니다!

오늘도 선생님의 가슴에는

스물 다섯명의 아이들이

펄펄 살아서 뛰어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