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만났어요!
"선생님, 오늘은 뭐 해요?"
"뭐 할까?"
"축구해요" "긴 줄넘기해요" " 밖에 나가서 놀아요"
"좋아, 너희들이 말한 것.. 다 하자!!"
"와- 정말이죠?"
"응, 정말이야..그런데, 하기 전에 먼저 할게 있다"
"뭘 해야 되는데요?"
"누구를 좀 만나려고.."
"누구를 만나요?"
"저기 창 밖에 있는 것!"
"창 밖에 뭐가 있는데요?"
아이들의 두 눈이 창 밖으로 쏟아 집니다.
"잘 봐! 뭐가 있는지..."
"아무도 없는데요?"
"사람이 아닌데..."
"그럼.. 나뭇잎이요?"
"나뭇잎? 글쎄.. 나뭇잎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에이..뭔데 그래요? 가르쳐 주세요, 네?"
"누구를 만날 거냐면... 바로.. 가을이야.."
"가을이요? 가을을 어떻게 만나요?"
"선생님도 가을을 어떻게 만날까 궁금했었는데.. 나뭇잎이 가르쳐 줬어"
신발을 신습니다. 잠바를 입습니다.
잠바가 없는 아이들은 지퍼를 턱 밑까지 올립니다.
혹시 또 감기라는 장난꾸러기 녀석이
몸 속으로 몰래 몰래 숨어 들지 않도록.
볍씨 형들이 공부하는 비닐학교를 살금살금 걸어서
나뭇잎이 수북히 쌓여있는 나무계단을 푹신푹신 걸어서
작은 숲 옥길동 숲에 오릅니다.
"선생님, ymca가 나무 속에 숨었어요"
"어? 정말? ymca가 안 보이네?"
"선생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어요"
"맞아. 눈에 눈꼽이 끼듯이 하늘 눈에 구름이 잔뜩 끼었네?"
"히히..재밌다"
"저기.. 나무 위를 봐 봐! 빨갛고 노란 나뭇잎이 보이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뭇잎이 저절로 춤을 추며 떨어질꺼야.
그 나뭇잎이 땅에 닿기 전에 손으로 먼저 잡으면
너희들이 땅보다 먼저 가을을 만나는 거야. 어때? 재미있겠지?"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동그란 얼굴 스물하고도 네 개.
나뭇가지가 부르르 떨립니다.
나뭇잎이 노래를 부릅니다.
시원한 가을 바람에 나무가 온 몸을 흔들어 재채기를 합니다.
바람이 붑니다.
조그만 나뭇잎이 빨갛고 노란 나뭇잎이
눈처럼 깃털처럼
소리없이 나풀대며 내립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릅니다.
웃음으로 터져나는 함성입니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기 위해
하늘 아래 아이들이 뛰어 다닙니다.
"선생님! 나뭇잎. 아니, 가을을 만났어요. 제가요..제가요!'
"그래.. 얘들아, 제영이가 가을을 제일 먼저 만났다. 축하의 박수!!"
"선생님.. 저두요..저두요..."
손에 손에 노랗고 빨간 나뭇잎을 든 아이들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활짝 웃습니다.
손에 든 가을잎은 아이들의 몸을 타고
온 몸을 가을로 물들입니다.
"겨울에도 만나러 오자.. 겨울을.."
"겨울에는.. 그럼.. 눈을 만나면 되겠네요?"
"그래.. 하늘에서 눈이 내리면.. 눈이 땅에 닿기 전에
두 손에 소중하게 담는거야. 겨울을 말야!"
"히히.. 재밌겠다"
"선생님. 이 가을 어떻게 해요?"
"응? 응... 이제 땅하고 만나게 해 줘야지.. 그럼 땅과 하나가 되지..겨울동안..
그런 다음에는..."
"꽃이 펴요.."
"그래.. 땅하고 만난 가을은 나중에 겨울도 함께 만나고.. 그런 다음..
봄이 되어 예쁜 꽃으로 다시 피어나지.."
"선생님.. 정말 재미있어요"
"그래? 그럼..우리 더 재미있는 놀이를 하러 갈까?"
"뭐요?"
"축구, 긴 줄넘기, 바깥놀이!!"
"와!!!"
어제만큼 더하기 오늘만큼
매일 매일 더해지는 가을이라는 이름에
행복에 행복을 더하는 아이들입니다.
행복한 아이들의 선생님입니다.
자..이제 신나게 축구 한 판 하러 가야 하겠습니다.
꼬마야..꼬마야.. 긴 줄넘기 하러 가야 하겠습니다.
노란 잎 구멍 뚫어 가을 하늘 넣어 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