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미
거미가 집을 짓습니다.
아침 이슬로 세수 하고
아침 이슬로 밥을 짓고
아침 이슬로 반찬을 만들어
아침 이슬로 아침상을 차립니다.
아침입니다.
꽃나들이를 갑니다.
한 손에 종합장
또 한 손에 한 자루 색연필
목소리 꿀꺽 삼키며
꽃들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너를 그려도 되겠니?
아빠다리 양반다리 포개면 책상다리
너는 왜 꽃잎이 노란 색이니?
응? 노란색이 뭐냐구?
어...
선생님! 노란색이 뭐냐는데요?
노란색은 사람이 정한 이름이지..
꽃들은 다르게 부를지 몰라..
그럼.. 너는 무슨 색이니?
색은 뭐냐구?
어...
선생님.. 색이 뭐냐는데요?
색도 사람이 정한 약속이지..
꽃들은 다르게 부를지 몰라..
그럼.. 뭐라고 물어봐야 되는거야?
물어보긴.. 그냥 보기만 해..
그래..알았어..
너는 무엇을 그렸니?
저 꽃이요..
이름이...
몰라요.. 그냥 노란꽃이에요.
그래? 무엇을 물어 보았니?
너는 줄기는 하난데 왜 꽃은 많냐구요..
꽃이 뭐라고 그러든?
꽃이 하나면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나 따 가면
꽃씨를 퍼뜨릴 수 없으니까
꽃을 많이 많이 만든거래요.
꽃을 하나 따 가도 괜찮게요.
너는 무엇을 그렸니?
장미요.
장미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데?
너는 왜 줄기에 가시가 많냐구요.
장미가 뭐라든?
사람들이 예쁘다고 따지 못하도록
가시를 만든거래요.
나를 만지면 손가락에 빨간 피가 날꺼라고
빨간 꽃이래요.
너는 무엇을 그렸니?
개망초요.
개망초와 무슨 이야기를 했니?
너는 왜 꽃이 잘 안보이냐구요.
왜 안 보인다고하든?
잘 안보여야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는데요.
선생님도 개망초와 이야기를 했는데..
뭐라고 했는데요?
나를 잘 보고 싶으면 가까이 오래..
가까이 오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도록 해 준데..
가까이 오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아이들의 그림속에는 살아있는 꽃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속에는 꽃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잘 그린 그림은 잘 못 그린 그림입니다.
잘 못 그린 그림은 잘 그린 그림입니다.
잘 그리든 잘 못 그리든
살아있는 그림은 아이들의 친구가 됩니다.
그림은 이야기입니다.
잘하고 못하고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거미가 낮잠을 잡니다.
잠을 깨우는 녀석은
거미줄로 꽁 꽁 묶어 둡니다.
신바람 난 파리가 거미줄에 걸립니다.
거미가 화가나서 꽁 꽁 입을 막습니다.
거미가 낮잠을 잡니다.
몸놀이 시간입니다.
엉금 엉금 거북이 엉금이를 데려옵니다.
동그랗게 엎드려 동그랗게 쳐다봅니다.
엉금이가 움직일 줄 모릅니다.
선생님.. 엉금이를 따라해야 되요?
응.. 지금은 엉금이 거울놀이 시간이거든..
5분이 지나도 움직일 줄 모릅니다.
선생님.. 엉금이 죽은거 아니에요?
아니? 엉금 엉금 엉금이는 느림보야..
10분이 지납니다.
선생님.. 엉금이 얼굴이 나왔어요.
쉬! 너희들은 엉금이 거울이야..
15분이 지났습니다.
선생님.. 엉금이 다리가 나왔어요.
쉬! 너희들은 엉금이 거울이야..
20분이 지났습니다.
선생님.. 엉금이 좀 건드려 봐요.
잠깐.. 선생님이 잠자나 볼께..
엉금이가 몸을 돌립니다.
아이들도 몸을 돌립니다.
25분이 지났습니다.
선생님.. 엉금이 정말..느려요.
쉬! 너희들은 엉금이 거울이야..
30분이 지났습니다.
자.. 그만하자.. 엉금이 거울놀이 끝!
선생님.. 내일도 엉금이 따라해요?
아니? 내일은 푹신이 따라하자..
와... 내일은 움직일 수 있겠네..
거미가 나들이를 나갑니다.
거미줄에서 훌쩍 뛰어내려
바닥을 기어 선생님 다리를 지나
찐득이를 향해 갑니다..
어....어....
찐득이 고개가 번쩍..
손이 번쩍..
탁.. 탁.. 몇번을 내리치더니
입으로 물고 오물 오물
뱉었다 물었다 뱉었다 물었다
거미다리 2개가 바닥에 떨어 집니다.
입맛을 다시는 찐득이..
저놈..정말 벌레 고양이군..
찐득이가 오늘 하루를 꿀꺽 삼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