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겨울 아침

달봉샘 2010. 5. 4. 23:54

사무실 아침 창가에 앉습니다.

아침 햇살 쬐는 겨울 옷 입은 해바라기처럼.

눈 감아도 눈부신 아침 햇살처럼

가슴 가득 아침이고 싶습니다.

현관문을 나섭니다.

밤새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키 작은 들풀들을 만납니다.

밤새 자란 흰 머리 털어줄 양으로

손으로 살짝 두드렸더니

'꽁꽁'

겨울소리 납니다.

신기합니다.

옥길동 마당의 커다란 장승

하루종일 서 있느라 다리 아프겠다 두드렸더니

'꽁꽁'

겨울소리 납니다.

재미있습니다.

겨울잠을 자는듯 늦잠자는 강아지

쿨쿨 소리나는 지붕에서도

'꽁꽁'

겨울소리 재미납니다.

얼음․땡 놀이인가 보다

그런데 술래는 어디갔지?

옥길동 언덕 키 큰 나무 잔가지들 사이로

손가락 간질이듯 햇살이 부숴집니다.

땡! 들풀들이 나풀거립니다.

땡! 장승이 다리를 주무릅니다.

땡! 강아지 하품하며 일어납니다.

그렇구나. 햇님이 술래였구나!

술래잡기 재미있다 웃음걸고 엿보는데

저멀리 구름 가득 아이들이 몰려옵니다.

호주머니 봄을 넣고

옥길동을 찾는 아이들이 옵니다.

햇님에 실을 단 듯이

햇살로 실을 푼 듯이

아침이면 연을 날리듯 햇님을 걸고

아침이면 연을 날리듯 햇살을 담고

아이들이 옵니다.

"선생님!

우리가 집에 갈 때 햇님이 따라와요"

"그야 당연하지.

햇님은 네 녀석들이 하늘에 단 연이니까.

너희들을 따라 유치원에 왔다가

한 낮에는 하늘높이 바람따라 떠 있다가

너희들을 따라 집으로 가는거지.

선생님은 매일 매일 본단다.

너희들을 따라가는 햇님을.

너희들이 하늘에 띄운 밝은 아침을..."

코 시린 겨울 아침에

호주머니 손주머니

어깨모아 웅크린 선생님이

쿡쿡 혼자 웃으며 지어내는 유치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