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를 넘어

구름산에 대한 전설

달봉샘 2010. 5. 5. 14:37

구름 산에 대한 전설

2008. 4. 22

2학년 녀석들 귀가 지도를 하는 중에

한 녀석이 오늘은 왜 이야기를 안 해 주냐고 묻는다.

오늘은 힘이 없다고 말하고 나니

아이들이 시무룩해진다.

" 짧은 거라도 해 줄까? "

"네~ "

넝쿨 어린이 날 행사 때

인형극으로 만들 도덕 산에 대한 전설을 들려준다.

아이들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 구름 산에 대한 전설도 얘기 해 줄까? "

" 네! "

녀석들이 신나한다.

사실,

구름 산에 대한 전설은 없다.

아니 내가 모르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설에 솔깃한 녀석들을 앞에 두고

거짓 얘기라도 해야 할 듯 싶었다.

"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이 뭔 줄 아니? "

" 백두산이요~ "

" 사실 옛날에는 구름 산이 백두산보다 더 높았어.

그래서 그때는 이름이 구름 산이 아니라 광명 산이었거든?

광명이라는 말은 한자로 '빛 광' 자에 '밝을 명' 자야.

밝은 빛이라는 뜻인데

하늘에서 밝은 게 뭐가 있어? "

" 해요~ "

" 그렇지~ 해가 걸리는 산이라고 해서 광명 산이라고 했던 거야.

그런데, 어느 날~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지나가다가,

거 있잖아. 신선들은 바둑을 잘 두잖아.

신선들이 구름 위에서 바둑을 두면서 지나가고 있는데

그만 제일 높은 광명 산에 구름이 껴 버리고 만 거야.

그래서 바둑판이며 바둑알들이 우루루~ 쏟아져 버렸지 뭐야.

신선들이 구름 밑으로 내다보니

아 글쎄 구름이 산꼭대기에 끼었네?

그래서 신선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구름을 떼어보려고 했는데

구름이 너무 꽉 끼어서 빠지질 않는 거야.

화가 난 신선들이 손을 번쩍 들더니

태권도를 하듯 산꼭대기를 싹둑 잘라 버렸어.

그랬더니 겨우 구름이 빠졌어.

그 다음부터 신선들은

광명 산을 지날 때마다 혹시 또 구름이 낄까봐

광명 산 앞에서는 삥~ 돌아갔다지?

그러면서 다른 신선들에게 말하길,

저 산은 구름이 잘 끼니까 조심하시오~

그래서 그때부터 광명 산을

구름이 잘 낀다고 해서 구름 산이라고 부르게 됐다지 아마?

"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

" 그래~ 잘 가~ 또 만나~ "

아이들이 없는 텅 빈 차 안을 돌아보며

오늘도 잠시 생각에 잠긴다.

" 이 녀석들이 진짜로 믿으면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