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를 넘어

기쁨 그리고 슬픔

달봉샘 2010. 5. 5. 14:25

어지럽혀진 책상 위를 멍하니 바라봅니다.

하나 하나 보니 가관입니다.

스케치북과 색연필

원고지와 그림물감

노래책과 마술도구

초시계와 노래책

의자 옆 길게 누운 기타가방과 동화책 한 권

비타민 통과 양초 하나

치통 때문에 먹는 진통제와 소금 통 하나

열쇠 그리고 먹다 남은 김밥 반 줄

담배 두 갑과 라이터 그리고 커다란 재떨이

숟가락 하나와 동전 몇 개

지금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책상의 얼굴입니다.

 

책상위에 걸려있는 액자에는

대학 졸업식 때 어머니와 찍은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 문자 한 통이 날아들었습니다.

 

‘ 좋은 친구는 자신 있을 것 같아요. 난 친구들에게는 인기가 많거든요.

난 당신 친구 중에 당신을 가장 아끼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좋아요 ‘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내게 있어 직업이 아니라 삶입니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살고 싶은 이유이자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만이 내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일인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때로는 나도 나 자신을 이해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있으면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몸이 힘들 때도 있고 어서 이 시간이 지났으면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아이들 생각이

내 머리 속을 가슴 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여자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갈 무렵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된 이유도

아이들이었습니다.

나로 인해 힘들어 하고

그래서 한 발짝 한 발짝 양보하는 그 녀를 보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습니다.

연인에서 친한 친구로

친한 친구에서 마음 편한 친구로

그리고는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전화라도 받아주는 친구로

그렇게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아 버렸습니다.

 

외롭다면서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왜일까

누구 말대로 외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외로울 때 터져 나오는 에너지를 보면 그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잘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에서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그래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이것저것 안 하는 게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잘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면

스파이더맨이 이런 말을 합니다.

‘ 내게 주어진 능력은 축복이자 저주입니다. ’

스파이더맨처럼 그렇게까지 뭐 대단하지는 않지만

내게 주어진 능력은 기쁨이자 슬픔이기도 합니다.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은 행복이자 눈물이기도 합니다.

 

모르겠습니다.

내가 만든 일에

하루하루 걸음도 재촉하며 바삐 살고 있지만

이것이 사랑인지 아픔인지

희망인지 절망인지.

 

그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산다는 것만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