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친구
버스에 오릅니다.
오랫만에 아이들과 함께타는 버스입니다.
의자에 걸터앉고 의자에 줄을 타던 녀석들이
일제히 소리칩니다.
"선생님.. 오늘 이 버스 타요?"
"응.. 네녀석들이 잘 앉아 가면.."
후다닥 먼지가 일더니 어느새 군인들이 앉아 있는듯 합니다.
풋.. 웃음이 납니다.
이런 재미가 선생님을 보다 의쓱하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달봉이 얘기.. 해 주실거죠?"
"네녀석들이 잘 앉아가면.."
두눈이 초롱초롱 해집니다.
밤잠 못이룬 샛별들이 버스안에 가득한듯 합니다.
마이크를 잡습니다.
"안녕... 요녀석들아!"
"안녕하세요..달봉이 선생님!!"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오늘은 5번을 통과해야 얘기를 들려주기로 합니다.
아이들은 달봉이 얘기를 듣기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5번을 통과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노래입니다.
인천생태공원입니다.
소래 소금박물관입니다.
울타리가 없는 유리벽이 없는 박물관입니다.
눈썹처럼 생긴 나무다리를 건너 조그만 플라스틱 물레방가가 보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염전사이를 걷습니다.
논두렁 밭두렁을 걷다가
소금두렁을 걷습니다.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기차놀이도 재미없고 건너뛰기도 별로입니다.
다리가 아픕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배고프지? 우리 밥 먹을까?"
"예.. 밥 먹어요!"
한바탕 달리기를 한 후에
도시락을 꺼냅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아직 이른 배고픔은 아닙니다.
오랫만의 견학이라 김밥이 많습니다.
젓가락질이 서툴은 녀석이 포크처럼 젓가락질을 해댑니다.
숫가락이 없는 녀석이 손으로 밥을 먹습니다.
포그레인이라고 합니다.
한 친구가 쇠로 만든 포그레인이라고 건넵니다.
돗자리를 꺼내 의자에 걸쳐 흔들식탁을 만듭니다.
밥을 먹는지 웃음을 먹는지
흔들거리는 도시락에 김밥이 멀미를 할듯 합니다.
"누가 쓰레기를 잘 줏을까? 선생님이 그 친구를 만나고 싶다"
순식간에 깨끗해 집니다.
선생님은 31명의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갯벌이 보입니다.
"갯벌에는 뭐가 있을까?"
"꽃게요"
"그래? 우리 꽃게 친구를 만나러 가볼까?"
"좋아요"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고 양발을 벗고
무릎만큼 종아리를 드러내고 살금살금 갯벌로 갑니다.
"갯벌에는 우리가 모르는 많은 친구들이 살고 있대..
우리가 뛰어 다니면 그 친구들이 놀라거나 아니면
발에 밟혀 죽을 지도 몰라.. 어떻하지?"
"걸어 다녀야 해요!"
"좋아... 살금살금이야.. 알았지?"
"예"
갯벌로 갑니다.
질퍽질퍽 발바닥에서 거품이 입니다.
갯벌진흑에 중심을 잃고 미끌어지는 녀석이 있습니다.
웃다가 함께 넘어지는 녀석도 있습니다.
어쩔줄 모르며 소리를 질러대는 녀석도 있습니다.
시끄럽다고 귀를 막고 소리치는 녀석도 있습니다.
돋보기를 줏은 녀석이 갯벌구멍을 들여다 봅니다.
친구들의 종아리를 들여다 봅니다.
선생님의 얼굴을 들여다 봅니다.
"왕 꽃게다"
"왕 꽃게는 사람을 잡아 먹는다.. 이리 와"
"와...... 미친 꽃게다"
우르르 살금살금 그리고선 질퍽질퍽..
아이들 손톱보다 작은 꽃게들이 일제히 달아납니다.
꽃게들의 달아나는 모양이 쫓아가는 아이들 모양입니다.
분칠한 어린아이만냥 갯벌로 덕지덕지 옷을 입고
손에 손에 신발을 들고
손에 손에 가방을 들고
수돗가로 향합니다.
많은 유치원에서 견학을 왔습니다.
고등학교 언니, 오빠마냥 교복을 깨끗하게 다려입고
노랑, 빨강 예쁜 단복을 입고
선생님 뒤를 쫓아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선생님 챙피해요"
"뭐가?"
"옷이 더럽잖아요?"
"으응? 갯벌에 넥타이 메고 와서 사진만 찍는 친구들이 더 챙피하지 않을까? 꽃게가 이놈하겠다"
갯벌옷을 입고 신발을 들고 지지배배 웃어 봅니다.
아이들을 수돗가 위에 올려 앉히고 발을 씻어 줍니다.
조그만 발 하나 하나가 왜 이리 귀여운지
발가락 가락 가락이 왜 이리 작은지
선생님 손이 한번 지나갈때마다 깨끗한 발도장이 찍힙니다.
가방을 뒤져 봅니다.
수건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다른반을 찾아 봅니다.
멀찌기서 콩알만해진 다른 녀석들이 보입니다.
옷을 주섬주섬 살피다 모자티에 숨어있는 검은 내의가 보입니다.
멘발로 살금살금 돌멩이 사이사이를 건너
화장실로 갑니다.
웃통을 벗고 내의를 벗고 내의를 목에 걸치고
다시금 살금살금 동멩이 사이사이를 건너
수돗가에 옵니다.
"선생님.. 무슨 수건이 시커메요?"
"네녀석들 발이 더러워서 그런다.. 이녀석아!!"
발을 닦아주며 다른 유치원 아이들을 둘러 봅니다.
예쁘게 차려입고 와서 예쁘게 서서 예쁜 포즈로
예쁜 사진을 찍고 예쁜 차를 타고 예쁘게 다시 갑니다.
손에 손에 하얀소금이 든 비닐봉지와 함께 갑니다.
붕........ 먼지만이 남습니다.
"왜 왔을까?"
작은 먼지하나 앉아있다 해서 아이들 마음에 먼지가 들지는 않습니다.
작은 상처하나 생겼다 해서 아이들 가슴에 상처가 나지 않습니다.
네모난 사진속의 예쁘게 웃고 있는 그 얼굴들은
꽃게친구를 보지 못해
갯벌옷을 입지 못해
못내 서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어대는 녀석들과 함께
꽃게와 인사합니다.
"안녕... 나중에 또 올께.."
아이들의 가방엔 하얀 소금이 가득합니다.
우리네 식탁에 꽃게녀석들이 살고있는
갯벌의 냄새가 찾아 갈것입니다.
희고 몹시 짠 하얀 소금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