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드는 말 들
고양이 두 마리가 '야옹 야옹' 웁니다.
잘 들어 보면 야옹 야옹이 아닙니다.
커다란 찐득이는 '아아앙' 찢어지는 소리고
조그마한 살금이는 '와웅' '왜웅' 하는 귀 간질이는 소리입니다.
고양이는 운다고 하고 개들은 짖는다고 합니다.
우는것과 짖는것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동물들하고 살다보면 남들은 하지도 않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고양이들의 오줌냄새, 똥 냄새가 회관에 진동합니다.
근처에 모래가 없어서 화장실을 자주 갈아주지 못하다 보니
게으른 주인덕에 고양이들이 자주 우는가 봅니다.
찐득이는 남자 고양이고 살금이는 여자 고양이입니다.
살금이가 자라서 어른 고양이가 되면
찐득이와 결혼을 시킬 생각입니다.
그런 마음을 찐득이도 아는지
살금이가 오고 부터는 저녁에 우는 횟수가 부쩍 줄어든 찐득이입니다.
살금이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은지 앞 발로 귀를 막고 잠을 자는 찐득이입니다.
"이놈아. 네 놈 소리도 그렇게 듣기 좋은 것은 아냐"
찐득이 얼굴에 대고 톡 쏘아 주니 똥그란 눈으로 쳐다 봅니다.
"뭘 보냐? 한 번 해 보겠다는 거냐?"
장난을 걸어 보아도 오늘은 별 재미가 없습니다.
찐득이도 살금이도 아이들이 없는 일요일에는 투덜거리기 일쑤입니다.
일기를 쓰다 말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일기를 쓰다 말고 지난 일기들을 다시금 읽어 봅니다.
유달리 눈에 많이 띄는 말들이 있습니다.
유난히 자주 쓰는 말들이 있습니다.
사랑, 희망, 기쁨, 즐거움, 소중함, 나눔, 작은, 하늘, 달, 햇볕, 삶
옥길동, 아이들, 언덕, 눈, 고막손, 웃음, 마음, 선생님, 가족, 가슴
밝게, 맑게, 깨끗하게, 순수하게, 예쁘게, 그리고, 고맙고 감사하고....
자주 쓰는 말들을 쭈욱 써 놓고 읽어 봅니다.
쓰면 쓸수록 더욱 깊어지는 말들입니다.
쓰면 쓸수록 더욱 감사하게 되는 말들입니다.
매일 매일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여 쓰더라도
매일 매일 다르게 살아가고
매일 매일 다른 가운데 행복한 삶이구나 싶습니다.
이것이 나의 삶이구나 싶습니다.
언젠가는 글을 쓰다가
매일 매일 쓰는 말이 하도 비슷해서
국어 사전을 훓어 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그런가?'
사전에는 참으로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내 평생 한 번도 써 보지 못하는 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말을 쓰는 것 보다는
내가 쓰는 말을 마음을 다해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평생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말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희망이라는 말을 평생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말 할 수 있다면
나 스스로 희망이 될 것입니다.
말을 하고 글을 쓰면서
그 의미를 모르고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바로 나를 뜻한다 라는 것은
자주 느껴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입으로 자주 하는 말들
당신이 손으로 자주 쓰는 말들
소가 되세김질을 하듯이
다시금 되받아 생각 해 보세요.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것이 바로 당신의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