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어요!
"이것 좀 잡고 있어 봐!"
민들레반 녀석들이랑 탱탱골 주머니를 새로 만들고 있을 때 였습니다..
" 선생님.. 눈이 와요!!"
에이...설마.. 눈이 올라구...
고개를 들어 바라 본 체육실 창마다 하얀 눈발이 날리고 있습니다..
"정말 눈이 오네?"
체육실 철문을 열자 마자 하얀 눈송이들이 체육실로 들이 찹니다..
"이야.. 눈이다.. 눈"
신바람 난 토끼마냥 폴짝 폴짝 뛰는데..
한 녀석과 눈이 마주 칩니다..
"선생님.. 외투 입고 올까요?"
대답하기가 무섭게 우르르 몰려나간 아이들이 외투를 입고 달려 옵니다...
"자.. 얘들아.. 천천히 해야 해.. 뛰어 나가면 친구들이 다칠지도 모르고 눈이 휙 가버릴지도 모르잖니?"
외투를 단단히 입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급한 나머지 신발을 들고 나서는 녀석도 있습니다..
혓바닥을 낼름 낼름..
하얀 솜사탕이 입안에서 녹듯이 사르르 몸소리가 쳐집니다..
선생님의 슬픈 목소리, 하나!!
"애들아.. 눈 먹지 마세요!!"
선생님이 어렸을 때에는 하늘을 몽땅 삼킬듯이 입을 벌리고
배부르지도 않는 눈을 허겁지겁 받아 먹던 기억이 좋은데
우리네 아이들은 하얀 눈속의 검은 먼지 때들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바람이 부는대로 눈발이 날립니다..
하나, 둘 숫자를 세다말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눈 속에 웃음만이 세어 집니다..
"우리 거북이 묻어 주러 가자"
다섯살 꽃다지반 녀석이 거북이 집에 꼬추를 내밀고 쉬야를 하는 바람에
이유없이 죽어간 커다란 거북이 한마리를 들고 옵니다..
어느새 익숙해진 풍경이 되어버린 동물들의 장례식..
살짝이 거북이를 싼 종이가 흙속에 묻히면
아이들은 예쁜 돌멩이들을 찾아 나섭니다..
하나, 둘씩 돌멩이가 쌓이고 조그마한 십자가를 꽂아 둡니다..
선생님이 뭐라 할 사이도 없이 둥그렇게 손을 잡고 서서
눈을 감고 선생님의 목소리를 찾아 갑니다..
"거북아.. 오늘은 하늘에서 눈이 내려.. 하얀 눈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몰라..
너도 보면 좋을텐데... 어쩌면 거북이도 함께 하얀 눈을 내려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하얀 눈을 잊지 않고 기억하듯 거북이 너도 잊지 않고.. 자주 찾아 오도록 할께.. "
손을 비비며, 발갛게 익어가는 볼들을 어루만지며....
하얀 눈이 내리는 하늘아래
새하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옥길동 회관에는 눈꽃들이 퍼져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