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대머리 아저씨

달봉샘 2010. 5. 4. 22:38

이발을 하였습니다.

멋들어지게 염색이라도 해 볼까 생각 해 보았지만

아이들의 잔소리를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나쁜 선생님이 되면..

생각 끝에 싹둑 싹둑 자랐습니다.

보기 좋게 잘랐습니다.

손가락 빗에 걸려 넘어질 머리도 없습니다.

한 줌 잡히지도 않게끔 다시금 짧아진 머리입니다.

1년 전 그 날

너무나도 단정한 스포츠 머리에

아이들은 대머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짧게만 자르면 무조건 대머리입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대머리가 되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 어? 얘들아!!"

인사하자마자 달려가는 녀석 꽁무니에는

오늘도 여지없이 대머리가 붙어 있습니다.

"선생님.. 촌스러워요"

"촌스러워?"

"네, 아주 아주 많이 많이"

"촌스러운 것 좋은거야. 자연스럽다는 거지.

그리고, 옥길동은 촌이야.. 그러니까 나는 촌스러워야 하는거라구"

어째 말하다보니 달봉이처럼 이야기 합니다.

"어? 대머리 달봉이네! 히히"

작년에 비하면 오늘은 양반입니다.

다섯 살 꽃다지반 녀석들..

문간에 삥 둘러서서 손가락질 합니다.

"대머리래요 대머리래요"

다섯 살 뭉퉁이들에게 놀림을 받아 본 사람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세상에 한 명도 없을지 모릅니다.

기가 막혀서..

가만히 보니 분명 대머리가 뭔지도 모르는 녀석도 있습니다.

그냥 그냥 친구 따라 놀려대는게 재미있는 녀석입니다.

"선생님이 대머리래도 난 선생님을 사랑해!"

한 녀석이 팔을 잡고 늘어지더니

핏 웃으며 매달립니다.

"정말?"

"네..그런데.. 선생님.."

"뭐?"

"만져봐도 되요?"

"뭘?"

"대머리요"

"대머리 아니야. 스포츠라고 하는거야. 이 머리"

"스포츠?"

"그래"

"아기 스포츠단의 그 스포츠?"

"그 스포츠인가?"

갸우뚱하는데 머리칼을 문지릅니다.

"수염같다!"

"누가 만지래!"

히히히.. 웃으며 달려가는 녀석.

까칠 까칠 손 느낌을 달고 달려 갑니다.

1년에 한 번쯤?

아니면 두 해에 한 번쯤?

선생님은 과감히 대머리가 됩니다.

선생님들 픽 웃고 지나가는 대머리지만

우리네 아이들 하루종일 선생님타령 대머리타령

행복한 하루입니다.

1년 중 한 번쯤 행복에 겹고 싶을 때

대머리가 되어 보세요.

잘려진 머리카락 만큼 쏫아지는 사랑이

머리위로 쑥 쑥 자라납니다.

행복한 대머리 아저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