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더위와 밤이 만났을 때

달봉샘 2010. 5. 5. 13:39

플라스틱 날개 세 개

제자리를 돌기만 하는데

그 사이로 바람이 인다.

뜨거운 바람이.

한 여름 밤에는 입김마저 뜨겁다.

선풍기에는 온도계가 없다.

한 여름에는 뜨거운 바람이 이는 데도

두꺼운 국어 사전에는 온풍기라는 말이 없다.

두꺼운 국어 사전에는 냉풍기라는 말도 없다.

오로지 입을 통해 뜨거운 바람을 뱉는

환풍기만 있고

이를 다시 또 다른 뜨거운 바람으로 바꿔주는

송풍기만 있다.

한 여름 밤에는 국어사전마저 뜨겁다.

한 여름에는 자리찾기도 힘들다.

이 책 저 책 들추어 내듯이

몸 구석 구석

마음에 통 내키지 않기에

이리 저리 몸을 굴려본다.

책을 뒤척이듯

몸도 마음도 뒤척인다.

더위에 힘든 벌레 하나가 엉기고 있다.

벌레 덕에 감정과 기운도 함께 엉긴다.

천정이 배 위에 있다.

뜨거운 천정이.

한 여름 밤에는 졸음도 후터분하다.

끈적이는 졸음에 끄트머리 잡고 선 글도

졸음(拙吟)이다.

졸음(拙吟)- 잘 짓지 못한 시.

선풍기 날개가 돈다.

날개가 돌며 날개 도는 소리를 낸다.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머리 속을 뱅글뱅글

소리마저 돈다.

돌다보면 제자리로 오겠지.

돌다보면 제자리로 가겠지.

돌다보면 더위도 돌아갈 날 있겠지.

..........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지요?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