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를 세우는 마음으로
자리에 눕습니다.
자리에 눕기에 어색한 시간
땅끝까지 가라앉는 기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럼 꿈도 없이 한참이나 잠을 잡니다.
몸뚱아리 기분 나쁘다 투덜거립니다.
몸이 아픕니다.
눈을 뜹니다.
뜨거운 물 한잔 들이킵니다.
이마에 손을 얹어 봅니다.
"선생님, 열 나요?"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아니, 열 안 나"
"그런데, 왜 힘이 없어요?"
"그냥 몸이 기분이 안 좋데.. 그래서 그래"
"그래서 마음도 기분이 안 좋데요?"
"아니? 마음은 그렇지 않아"
"그걸 어떻게 알아요?"
"힘 없어도 이렇게 웃을 수 있으니까!"
펄펄 끓던 물이
얼음 안고 잠을 자듯,
세차게 흐르던 시간이
정전이 된 듯
고요한 기분입니다.
따사로운 햇볕에
소리없이 녹는 얼음처럼
가슴이 열려 가슴이 흐릅니다.
억지로 꺼내지 않아도
저절로 흐릅니다.
흐를수록 편안해 집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선생님! 몇 몇 녀셕이 요즘에 통 말을 안 들어요"
"그녀석, 너무 많이 변했어요"
"어쩌면 그렇게 기분 상하게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일곱 살 녀석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이야기입니다.
나무를 함부로 괴롭히고 꺾어서
며칠째 나무에게 편지를 쓰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글이 아닌 그림으로 그려야 하는 편지입니다.
"편지 안 쓴 녀석들은 절대로 수업에 들어 올 수 없어요!"
"알았어요. 내일 아이들과 이야기 해 볼께요."
"알았어요. 편지 안 쓴 녀석들은 몸 놀이도 못 하게 할께요"
빙글빙글 아이들이 돕니다.
선생님들 입에서 툭 튀어 나와
허공에서 뱅글뱅글 맴을 돕니다.
오늘은 도미노 놀이를 하였습니다.
조그마한 도미노를 한 줄로 길게
줄을 세웁니다.
길다란 몸터를 가로지릅니다.
도미노 하나가 갸우뚱 쓰러지면
다른 도미노들이 연달아 쓰러집니다.
줄을 잘 서지 않는 도미노가 하나라도 있으면
다른 도미노들이 다 쓰러지지 맙니다.
새치기 하는 녀석
먼저 서려고 뛰어 오는 녀석
'내가 먼저네' '아니네, 내가 먼저네'
싸우는 녀석들처럼
성을 내는 도미노들이 보입니다.
"도미노들이 다 쓰러지느까 기분이 어떠니?"
"속상해요"
"그래. 속상하지. 그런데, 참 이상하다?"
"뭐가요?"
"선생님은 이 도미노가 꼭 너희들 같다?"
"왜요?"
"선생님은 너희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것을 자주 보니까!"
" ? "
"잘 봐.. 이 도미노들이 너희들이야.
그리고, 도미노를 세우는 너희들이 선생님이야.
선생님이 말하지. 자 애들아, 한 줄로 서라.
먼저 서려고 하는 녀석들이 있으면
다른 친구들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그래서 줄이 삐뚤빼뚤, 기분도 삐뚤빼뚤이 되지.
이 도미노가 너희들 같지 않니?
너희들이 꼭 선생님이 된 것 같지 않니?"
"히히히"
"웃기는.. 이 녀석"
"도미노가 쓰러지면 다시 세우면 된다.
열심히 세운 도미노가 금방 쓰러지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천천히 세우면 돼.
그런 마음으로 도미노를 세워 봐.
쓰러져도 화 내지 않고 다시 천천히 세우는 마음으로.
선생님은 그런 마음으로 너희들을 생각하거든..."
오늘도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도미노 놀이를 합니다.
한 녀석, 두 녀석 말썽 꾸러기들 때문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아이들.
하지만 화 내지 않고
다시 천천히 도미노를 세우는 선생님.
도미노 하나 하나가 소중하기에.
그래서 한꺼번에 와르르 쓰러지는
아이들의 멋진 꿈을 위하여
오늘도 천천히 천천히
도미노를 세우는 선생님들.
몸이 피곤합니다.
다시 잠을 자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아무런 꿈도 꾸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살아있는 꿈들을 만나서
눈 뜨고 행복한 꿈들을 만나서
줄을 잘 서지 않는 말썽꾸러기 도미노들과
도미노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