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 2010. 5. 4. 21:39

저녁 11시

옥길동 회관에 해가 뜹니다.

앉은뱅이 꼬마책상

커다란 선생님들 덕지 덕지 앉습니다.

커다란 창에 반달이 '똑' 걸립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오늘은 직원연수가 있는 날

돌돌말린 침낭이 코를 곱니다.

새벽 3시

졸음에 겨운 햇님이 투덜거립니다.

현관문에 쪼르르

"내일은 뭐 해요?"

"아침 7시에 생태탐사를 가요"

"10시부터 마지막 부모교육을 합니다."

"고등학교 아이들 도미노 수업이 있어요"

마른 빨래 걷듯이 하루를 접어두고

젖은 빨래 널듯이 내일을 폅니다.

"옛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중요한 이야기는

요로코롬 쪼그리고 앉아서 했다잖아요?

먼 산 쳐다보며..."

잠 신령이 휙 보고 지나갑니다.

우리나라에 말야.. 마징가가 있다면 말야..

마징가 Z 가 아니구 마징가 Y 일꺼야..

왜냐하면 마징가들은 YMCA에 다 모여 있으니까..

마징가라..

왜 하필 마징가인가..

국어 사전에도 없는 마징가..

하긴.. 태권 V 도 없지만..

마징가에는 철이라는 아이가 탑니다.

마징가를 조종하기 위해서.

마징가는 무쇠팔 무쇠다리입니다.

YMCA 버스에는 아이들이 탑니다.

YMCA에 가기 위해서.

YMCA는 무쇠팔 무쇠다리니까??

새벽 4시

햇님과 달님이 다투고 있습니다.

치카 치카 하얀 거품이 입 안에 가득합니다.

'왕-.. 나는 거품 문 바닷게다!!'

시계바늘을 아무리 돌려도

3시간 이상 맞춰지지 않습니다.

천근이나 되는 이불을 덮으니

만근이나 되는 잠이 쏟아집니다.

볼일 볼 때

아무리 급해도 바지는 벗어야 하는 것처럼

천근, 만근 아무리 무거워도

아이들 얼굴 천정에 달아봅니다.

슬금 슬금 잠기는 눈이 덜컥

어? 이 녀석 오늘은 왜 안 보이지?

두리번 두리번

구석에 숨은 녀석 살짝 끄집어 내니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포게집니다.

'월요일에는 제일 먼저 안아줘야겠다'

울타리를 넘는 양을 세 듯

오늘을 넘는 아이들을 헤아리면

하루 해가 눈 속에 잠깁니다.

조금씩 조금씩

희미한 모양에

마징가 Y가 하늘을 나릅니다.

무쇠팔 무쇠다리 마징가 Y

오늘은 마징가 Y를 타는

꿈을 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