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마파람에 게눈 감추기

달봉샘 2010. 5. 4. 21:54

안면도..

사람이 누워 자는 모양처럼 생긴 섬..

원래는 섬이 아니라 육지였다고 하는데

뱃길을 만들려고 조선시대때 운하를 만들어서

섬이 되어 버린 곳이라고 합니다.

안면도 끝자락에 위치한 바람아래 해수욕장..

옛날 옛날 용이 승천하면서

큰 바람을 일으키고 바닷물을 움직여서

긴 모래언덕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곳이 바로 바람아래 해수욕장입니다.

오늘은 '아빠랑 야영'을 가는 날입니다.

커다란 텐트와 베낭을 짊어지고 나타난 아빠들

그 사이에 사랑스런 짐 하나가 달랑 달랑

우리네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짐이될지 힘이 될지

힘 센 아빠들 아이들마져 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지켜보는 아침입니다.

캠프에 앞서 발대식.

핸드 마이크를 켜는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이런..

발대식도 못하고 버스에 오릅니다.

아빠들, 아이들 나란히 앉아

아빠랑 야영은 시작됩니다.

ymca에 와서 처음으로 갔던 캠프가 생각납니다.

노트 가득 적어놓은 프로그램

붉어지다 못해 하얗게 종이장이 되어버린 얼굴

창밖을 바라보는 아빠

눈을 감고 주무시는 아빠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아빠들 시선에

나무가 되고 돌이 되어 버렸던 기억..

차라리 아빠들만 있었더라면..

차라리 아이들만 있었더라면..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며 마이크를 잡습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깁니다.

아마도 7년이라는 시간은

아빠들에 대한 믿음을 키우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자랑 3가지.. 아내자랑 3가지

아이들은 착하고 말 잘 듣고 밥 잘 먹고

아내들은 집안일 잘 하고 음식 잘 하고

또 있을까?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때는 재미있습니다.

하는 사람은 힘들어도 시키는 사람은 재미있습니다.

뻥튀기를 혀로 녹여 아빠 얼굴도 만들고

뻥튀기를 톡톡 쳐서 아이 얼굴도 만들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녀석 군침도 만들고

박수도 하고 노래도 하고

어느덧 버스는 바다위를 달립니다.

울퉁불퉁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조그마한 학교

이제는 주인없는 학교가 되어버린 페교입니다.

책 읽는 소녀상이 있고 이순신 장군이 우뚝선 학교

주인없는 학교 하룻밤 주인이 됩니다.

쏟을 듯 말 듯 비를 머금은 구름은 하늘 가득한데

학교 운동장엔 싱싱한 들풀들이 어서오라 반깁니다.

어른들은 하늘 보며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땅을 보며 놀잇감을 찾습니다.

아빠가 해 주신 모락 모락 하얀밥에

김치 숭 숭 헤엄치는 김치찌게

배 부른 줄 모르게 먹어도 먹어도 재미있고

다리 아픈 줄 모르게 놀아도 놀아도 신이 납니다.

아빠 손 잡고 아이 손 잡고

바다를 찾아 갑니다.

키 작은 벼 하늘 향한 논 길을 지나고

솔냄새 가득한 소나무 숲을 지나

하늘과 땅을 잇는 바다를 만납니다.

어릴 적 자전거 타고 달리던 해변이 생각납니다.

창문열면 파도치던 어린 시절이 밀려 옵니다.

산에서는 '야호'하면 그만인데

바다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가슴열고 소리치면 바람이 돌려주고

가슴열고 소리치면 파도가 삼킵니다.

모래위로 축구공이 구릅니다.

아빠랑 손을 잡고 아이랑 손을 잡고

모래 알 통통 튕겨가며 축구공을 찹니다.

모자를 돌려쓰고 기마전을 합니다.

발자욱 찍어가며 달리기를 합니다.

옥길동에는 뒷산이 햇님을 삼키는데

바람아래에는 파도가 햇님을 삼킵니다.

악보를 나눕니다.

노래 배우기..

아이들이 부른 노래

눈에 담고 귀에 담고 두 손에 담아

아빠들이 부르는 노래..

ymca 아빠 유치원..

파도를 살짝 떼어

모닥불을 지핍니다.

머리를 흔들고 어깨를 흔들고

엉덩이를 흔들고 마음을 흔들어

아빠들 마음 속 잠자는 아이들을 깨웁니다..

아이들 마음 속 일만 하는 아빠를 깨웁니다.

모닥불씨 나누어 작은 초에 햇님 하나

아빠 가슴에 아이들이 안기고

아이 가슴에 햇님이 안깁니다.

사랑해.. 사랑해..

햇님만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내 아이를 사랑해..

교실 바닥에 엎드려 엄마에게 편지쓰고

잔가지 불씨모아 하늘그림 그려보고

귀로 만든 소리지도..

따끈 따끈 가래떡

밤이가고 손이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졸음에 겨워 쿵 하고 넘어지면

따뜻한 아빠 품에 소리없이 잠이 듭니다.

아빠들과의 시간입니다.

술이 있고 안주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밤이 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텐트에서 새근 잠든

하늘이 지켜주는 아이들입니다.

호르륵 호르륵 새 소리에 눈을 뜹니다.

재잘 재잘 재잘되는 아침 새가 된 아이들입니다.

미역에 물 담고 쌀에 물 담고

미역국에 밥을 담아

후루룩 마시는 아침입니다.

갯벌탐사를 갑니다.

허리만큼 커다란 모기잡는 쑥도 보고

짠 맛 가득한 갯벌초도 먹어보고

가는길에 듬성 듬성

하늘 끝 땅 끝 풀칠한 듯 갯벌을 만납니다.

잔잔한 모래위 갯고동의 행보를 따라가고

마파람에 게 눈 감추기

안테나 같은 눈을 세운 달랑게를 만나고

갯벌을 사랑하는 갯벌 칠한 칠게

한쪽손만 거대한 흰발 농게

똥글 똥글 모래알을 뱉는 엽랑게

바다의 청소부 갯강구

갯벌속을 돌진하는 갯지렁이를 만납니다.

작은 생명들의 쉼없는 이야기에

아빠들은 아이되고

아이들은 게가 됩니다.

돌아갈 시간입니다.

손에 손에 정성껏 준비한 가족명함

나눠주고 나눠받는 우리들은

자랑스런 가족입니다.

옥길동입니다.

텅 소리가 나는 빈 옥길동입니다.

가슴 가득 갯벌 냄새

옥길동 가득 풀어 헤치면

옥길동 하늘은 바다가 됩니다.

소중한 아이

꿈을 꾸는 아빠들의 바다입니다.

소중한 아이

꿈을 먹는 아이들의 바다입니다.

소중한 아이

꿈을 준비하는 선생님의 바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