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물 받아 쓰기

달봉샘 2010. 5. 4. 22:37

수돗물을 한정없이 틀어놓는 녀석들..

집에서는 물 받아써라 물 잠궈라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하더니만

웬걸.. 유치원에 와서는 나 몰라라 합니다.

양치컵보다 더 많은 물을 받는 녀석

입으로 가져 가는 중에 반은 흘립니다.

치카 치카 거품도 없는 소금 칫솔질에

왠 물을 그렇게도 많이도 흘리고 받는지.

손을 씻는지 목욕을 하는지

수도꼭지가 벌게지도록 틀어 놓습니다.

쉬-하면서도 물을 내리지 않고

응아-하면 물을 내리는 노란 변기인데

수도꼭지는 어째 몸살을 앓습니다.

선생님들 머리 조아리고 앉아

결단을 내립니다.

'물을 받아쓰자!'

물을 받아 쓴지 몇 개월

볍씨반 형아들이 물을 틀라치면

뭣모르는 손님 수도꼭지에 손 닿을라 치면

뽀로록 달려와 고합니다.

"저 형아가 물 트러요. 선생님"

하루종일 하품하는 수도꼭지 바라보며

커다란 대아 출렁 출렁 물파도 바라보며

흡족하기도 잠시,

또다른 말괄사태 벌어집니다.

점심시간.

숟가락 박박 긁어 맛있게 밥 먹고

치카 치카 받은 물 곱게 떠서 양치하고

손에 손, 걸레며 행주 잡아 열심히 훔치는데

이마에 송알 송알 아기같은 땀방울 예쁘기만 한데

조막손 작은 걸레 휘휘돌려 들고가선

커다란 물통에 풍덩! 던져 훠이 젖습니다.

"아..너..너.. 뭐하냐?"

"걸레 빠는데요?"

"이놈아, 그렇게 커다란 물통에 빨면 어떻하냐! 물을 떠서 해야지!"

멀끄러미 쳐다보는 놈 얼굴뒤로

커다란 통 속에 동동 구르는 밥풀들이 헤엄칩니다.

칫솔에 소금절인 한 녀석 들어오는가 싶더니

하얀 이 드러내며 예쁜 이 잘도 닦더니

밥풀 동동 헤엄치는 물을 푹 떠서 꼬르르 마십니다.

"안돼! 그 물은..."

"왜 안되요? 받은 물로 양치하라면서요."

"그게..그게 말야.."

입 헹구고 게운한 듯 씩 웃는 녀석 보며

걸레 들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녀석 번갈아 바라보며

밥풀 둥둥 열심히 헤엄치고 놉니다.

선생님들 다시금 머리 조아리고 앉습니다.

전등이 번쩍 번쩍

각 반마다 양치용 물들이 자리합니다.

'이제는 그런 일 없겠지'

한 녀석 열심히 걸레들고 달려 갑니다.

바가지 물을 떠서 바가지 속 걸레 풍덩

바가지에서 물통으로 밥풀이 이사갑니다.

"안돼!!"

"왜요?"

물 받아쓰기!

물 틀어 쓸때보다 눈도 많고 손도 많지만

빙그레 웃으며 실수하는 녀석들의 웃음뒤에는

열심히 아껴쓰는 아이들의 동심이 있습니다.

물!

아껴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