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방학이 싫어!

달봉샘 2010. 5. 4. 22:05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 납니다.

착한 선생님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하나?

그렇담.. 착한 선생님이 못되는군..

착하지 못한 선생님은

오늘도 늦게 늦게 잠을 잡니다.

늦게 늦게 잠자는 선생님 덕에

고양이 찐득이도 늦게 늦게 잠을 잡니다.

다락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쭈그리고 있다가

짜-잔! 선생님이 나타나면

폴-짝 뛰어 손 먼저 살핍니다.

혹시나 혹시나 먹을 것 주지 않을까 싶어서.

손에 손에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선생님 선생님은 마술 선생님이니까

혹시나 혹시나 손에서 무엇인가 나타날까 쳐다보다가

선생님이 풀썩 의자에 앉으면

얼굴이 뒤집어져라 하품을 하고

선생님 옆에 쪼그려 앉습니다.

'에이.. 오늘도 글 쓰러 오셨구먼..' 하구선.

하루종일 세수할 줄 모르는 녀석은

온 몸에 침발라 가며 몸을 닦습니다.

고양이는 물이 없어도 저렇게 열심히 닦는데

물이 지천인 녀석들은 왜 그렇게도 씻기 싫어하는지..

씻으면 하루동안 논 것이 몽땅 날아가버리는 것처럼..

붕..붕..

허공을 질주하다 사뿐 내려앉은 파리녀석을

선생님도 보고 찐득이도 봅니다.

누가 먼저 잡을 것인가..

서로 눈치를 살피다

보다 못한 찐득이

표범처럼 날라 호랑이 처럼 날라

파리를 향해 날으다

덜컹 걸린 목줄탓에

와장창 떨어지고 맙니다.

입맛을 다시는 녀석..

파리잡는 고양이..

벌레잡은 고양이..

옥길동에 사는 벌레들은

새로운 천적때문에 매일 회의를 한다 합니다.

덩치값도 못하는 천적때문에

매일 한숨을 쉰다 합니다.

아이들이 없는 일요일은 심심합니다.

아이들이 없는 옥길동은 조용합니다.

아이들이 없는 회관은 재미없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선생님은

심심하고 조용하고 재미없는 아저씨입니다.

달력을 봅니다.

이 주만 지나면 여름방학입니다.

에구.. 벌써 방학이네..

서른 넷 하고도 반이나 된 선생님은

방학이 오는것이 싫습니다.

방학이 되면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시간입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 얼굴이 풍선마냥 달립니다.

손꼽아 방학을 기다리던 시절보다

손꼽아 개학을 기다리는 지금이 더 좋습니다.

선생님 얼굴을 바라보던 시절보다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는 지금이 더 좋습니다.

방학이 짧아서 다행입니다.

다리가 제 몸보다 두배나 긴 벌레가 기어갑니다.

어디서 꽝 부딪쳤는지 엉금 엉금 바닥을 기어갑니다.

모기처럼 보이는데 모기가 아닌양 기어갑니다.

바쁜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다리가 6개가 인것으로 보아 곤충입니다.

허겁지겁 달리는 것이 급하게 갈 곳이 있나 봅니다.

찐득이 앞으로 갔다가

부리나케 방향을 바꿉니다.

소문을 들었나 봅니다.

의자밑을 한바퀴 돌더니

컴퓨터 책상밑으로 들어갑니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깔대기 떼도 보이질 않습니다.

선생님도 심심하고

찐득이도 심심합니다.

"찐득아.. 방학하면 우리 어떻하니?

정말 심심하겠다.. 그렇지?"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찡긋 감는 녀석도

뜸한 벌레들을 기다리나 봅니다.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다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선생님.. 잘란다.. 잘자라.. 찐득아!"

잘자라고 인사하는지

가지말라고 인사하는지

냐옹하는 야옹이 녀석을 뒤로하고

고양이 하품을 그림자로 달고

선생님은 방으로 갑니다.

방 문을 열며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방학은 정말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