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 2010. 5. 4. 21:34

소풍 하나

하루에도 열 두번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비가 오나 행여나 비가 올라

검은 하늘 구름이라도 보일라치면

훅 훅 불어 저 멀리 쫓아내던 어린시절 봄 소풍

빵집 아들 가방에 빵 잔뜩 짊어지고

솜털같은 커다란 가방 메고 점심시간만 기다리고

빵 하나에 김밥 한 줄, 빵 둘에 음료수 한 병 바꿔먹던 봄 소풍

병아리 초록 옷에 병아리 초록모자 쓰고

예쁜 여자친구 단 둘이 사진 찍은 봄소풍

수줍어 헤쓱 웃는 어린시절 그 때의 그 봄소풍

눈 감았다 뜨면 하늘 밝은 아침이면 좋으련만

눈 감았다 뜨면 눈만 초롱 밝은

엿가락 늘어나듯 길기만 한 소풍 전야

길고 길어 길어진 시간속에

작은 꼬마 아저씨 되었건만

꼬마 마음 그대로 앉았어라..

오늘은 봄 소풍 가는 날..

엄마가 싸 주신 맛있는 김밥 대신

커다란 엠프 두 팔에 힘껏 들고

엄마가 씌워준 멋들어진 모자 대신

송알 송알 땀방울 이마에 맺히며

엄마 손 꼭 잡고 노래 부르던 그 길에

꼬마 같은 아저씨 봄 길에 섭니다.

" 내 벌써 이 나이 먹었지만 마음만은 어린시절 그대로야.. 암..그대로지.."

아버지 너털웃음 그 웃음을 이제서야 알겠습니다.

소풍 두울..

오늘은 봄 소풍가는 날..

하얀 하늘 하얀 비만 뚝 뚝 떨어지던 소풍날이

못내 미안했던 하늘 해가

하루에 하루를 더한 햇볕을 쏟아주는 여름햇살 봄 소풍

빈 베낭 등에 지고 봄을 쫓는 아이들과

이 손 저 손 온갖 정성 땀방울의 엄마들이

꽃길걸어 봄 소풍을 옵니다.

꽃하고 인사하고 나무하고 인사하고

돌멩이와 인사하고 흙 길과 인사하고

아이들과 인사하고 선생님과 인사하고

고개숙여 반가운 봄 소풍에 인사합니다.

고사리 손 깨질세라 뿌리치는 아이들은

작은 웃음 깨질세라 부끄럽게 입가리고

밝은 해가 깨질세라 함박 웃는 엄마들은

온갖그릇 깨질세라 김밥기차 만듭니다.

아이 손 엄마 손 두 손이 행복하고

아이 걸음 엄마 걸음 두 걸음이 즐겁습니다.

엄마눈에 아이들이 걸리고

아이눈에 엄마들이 달리고

그늘없는 뙤약볕에 사랑열매 주렁 주렁

그늘없는 하루해에 땀방울이 주렁 주렁

: 햇볕이 너무 하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습니다.

햇볕이 너무 심한게 아닌가 할 정도로 그늘없는 땡 볕이었습니다.

선생님을 믿어 준 부모님께 감사하고

즐거움을 믿어 준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함께 한 오늘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참 좋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