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비에 대한 망상

달봉샘 2010. 5. 4. 21:28

하늘이 깨졌습니다.

알알이 깨어진 하늘조각

빗물이 되어 쏟아집니다.

조각난 하늘자리

검은 멍이 듭니다.

검뎅이 그을린 하늘

하늘조각들로 땅 위로 내립니다.

비추어도 비추어도 약오르던 그늘에도

햇볕 눈물 숨어살던 언덕구석에도

하늘조각 빗물로 흘러 흘러

마침내 들어 갑니다.

하늘의 비늘 냄새

땅 위로 피어 오릅니다.

하늘 놀이 땅 놀이

밤 새는 줄 모릅니다.

쿵 쿵 되는 땅의 기운

소스라쳐 놀랍니다.

헛기침 소리에 하늘로 하늘로

조각을 모읍니다. 새벽을 끼웁니다.

알알이 흩어졌던 알맹이

엷은 새벽이 되고

조각 조각 모여 모여

파란 하늘 만듭니다.

개구쟁이 늦장쟁이

하늘 옷을 입지 못해

이슬 옷 입고

초록잎에 앉았습니다.

....................

밤사이 다녀간 손님

하늘과 땅과 희망이만 압니다.

- 하루종일 비와 씨름을 하고 회관에 돌아오니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배고픈 동물들..

고양이.. 입이 얼굴을 감킬듯이 울어대고

하늘이.. 울타리에 목줄끼어 파리처럼 웁니다.

흰둥이.. 두런 땅 옷입고 허둥지둥 배가 고파 웁니다.

얄궂게 내리는 비에

개 밥에 고양이 밥에 옹기종기 토끼밥에

등 짝에 신나게 비를 맞다 들어와 앉아

하릴없이 창 때리는 비 님 소리에 긁적여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