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대로 거둔다!
한 알의 씨앗이 떨어졌다.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단 하나의 씨앗.
작고 작은 씨앗 안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
우리 집안의 내력..
머리칼이 쭈빗 서며 살이 돋는 이야기.
하지만 작은 씨앗에 관한 이야기.
할아버지 살아 생전 어머니 속을 그렇게 썪히더니만
결혼하여 아들 셋, 딸 셋을 낳고
이름모를 어르신 제사에 가시던 도중
뱃길에서 취중에 비명횡사하신다.
할아버지 시신을 강물에서 건지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추석맞이 벌초에서 아버지의 기억속에 묻어 난다..
이른 나이에 과부가 되신 우리 할머니
아들 셋, 딸 셋을 키우시며 고생안에 고생.
첫째 아들(큰 아버지) 결혼하여 딸 하나, 아들 하나 낳고
큰 아버지 결혼하여 배 위에서 자살을 하시고
큰 어머니 시장 가시던 도중 고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시고
큰 아버지 첫째 딸 결혼 못한 노처녀
큰 아버지 둘째 아들, 딸 아이 하나 둔 가장. 흔들리는 가정.
둘째 아들(내 아버지) 결혼하여 아들 둘, 딸 둘을 낳고
내 아버지 세 살 연상 딸 아이 하나 있는 우리 어머니 만나
모진 고생 세상풍파 빚더미에 밀려 부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지천으로
내 어머니 온갖 불화 가슴으로 치받으시다 갑작스런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 쪽에는 이모가 셋, 우리 어머니가 셋째.. 우리 어머니 포함
세 분이 암으로 돌아 가신다. 돌아 가시지 않은 큰 이모의 셋째 아들
회사 직원 연수 등반에서 낙상. 젊은 나이에 생을 마친다)
내 아버지 이남 이녀 네 집 살림 힘겨운 살림
셋째 아들(작은 아버지) 결혼하여 아들 둘 낳고
작은 아버지 결혼하여 술에 미쳐 정신병원에 갇히고
작은 어머니 소식 감감 무소식.
둘째 아버지 첫째 아들, 둘째 아들 방황하고 술에 취해 거취불명.
첫째 딸(큰 고모) 결혼하여 아들 둘 낳고
큰 고모 객지에서 온 고모부와 결혼하여
싸움많은 결혼생활 한 번씩의 자살시도.
큰 고모 첫째 아들. 결혼생활에 붉은 신호등
큰 고모 작은 아들. 돈에 여자에 또 다른 이유에 제초제 마시고 자살기도.
둘째 딸(둘째 고모) 결혼하여 아들 둘 낳고
작은 고모 결혼하여 빚에 눌려 눌려사는 삶.
셋째 딸(막내 고모) 결혼하여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막내 고모 결혼하여 형제, 자매 생을 이어주는 호흡같은 삶.
영사기 필름을 돌리면 스크린 화면에 투사되듯
과거로부터 내려 온 업은 오늘에까지 투사된다.
내 아버지 살아온 내력
고스란히 닮아가는 젊은 나의 생 또한
머리칼 곤두서는 삼대에 걸친 업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얽혀
자신의 선택인지 운명인지 업보인지
고스란히 닮아가는 지난 시간의 흔적.
밑빠진 독 물 붓는 막내 고모의 쓰라린 눈물속에는
전생의 죄 갚아가는 인연이 도사리고 있다는데...
썪은 씨앗 하나 땅에 떨어져
뿌리부터 줄기까지 한 송이의 꽃을 피울때까지
썪은 기운 뿌리타고 줄기타고 꽃송이에 묻어나니
뿌리를 자르고 줄기를 자르고 꽃망울을 자르지 않는 이상
피하지 말고 덮지 말고 내 것으로 받아 안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려 하늘없다 돌아서지 말고
지난 세월 받은 은혜 평생동안 갚아가면
우리 대에 걸친 한이 새 빛으로 살아 날까..
나로부터 시작되는 또 하나의 씨앗.
물을 주고 볕을 주고 썪지 않도록
삼대에 걸친 그 한이 다시금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할아버지 둘째 아들 그 첫째 아들이
다시금 거듭될 시간에 희망을 원한다.
피하지도, 덮어 버리지도 않고
당당히 맞서 내 운명을 스스로 받아 안는다.
거듭되는 운명의 장난에 새로운 시작을 연다.
희망은 절망 가운데 피어난다!!
믿음은 곧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