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친구들
옥길동에 새 친구들이 왔습니다.
새로 산 옷을 입고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새로 산 가방을 메고서
새로운 친구들이 버스에서 내립니다.
비틀비틀 외나무다리를 건너듯이
어리둥절 어색함을 달래듯이
넓다란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옵니다.
현관문에 아이들이 콩나물입니다.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는 콩나물
맨발로 손에 든 신발을 어찌할 줄 모르는 콩나물
아무 곳에나 철퍼덕 주저앉는 콩나물
아는 녀석은 아는 녀석대로
모르는 녀석들은 모르는 녀석대로
현관문에 커다란 콩나물 시루입니다.
분주할 것이 없는 아침입니다.
실실 웃음이 나는 아침입니다.
"우리 친구는 무슨 반이에요?"
"....................................."
"무슨 반인지 몰라요?"
"................................"
대답을 안 합니다.
이름표를 봅니다.
다섯 살 꽃다지 반입니다.
신발을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선생님의 손가락을 뚫어져라 쳐다 본 후에
풍선 옷을 입은 삐에로처럼
천천히 신발을 벗어서
천천히 허리를 구부려 신발을 들고
천천히 신발을 들어서
천천히 이름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가방을 열어서
천천히 실내화 한 짝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천천히 또 한 짝을 떨어뜨리고
천천히 발을 넣어서
왼쪽은 오른발에 오른쪽은 왼발에
자연스럽게 천천히 신습니다.
휴~ 큰 일을 하였구나 얼굴에 웃음을 담고
토박 토박 걸어가는 엉덩이가
선생님 얼굴에 번진 웃음처럼 씰룩거립니다.
"질경이반 모여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곳에
이빨 빠진 잇몸처럼 폭 들어앉은 꼬마 녀석
"너.. 누구냐?"
방글방글 인형처럼 웃고 있는 녀석
다섯 살 꽃다지 반입니다.
작은 녀석 작은 손을 손에 쥐고
꽃다지 반 교실 문을 엽니다.
혼자 노는 듯 함께 놀고
함께 노는 듯 혼자 노는 녀석들
졸고 있는 하얀 토끼 용기의 중얼거림이 들려 오는 듯 합니다.
'이제 또 몸살나게 생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