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 2010. 5. 5. 13:32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앉은뱅이 책상에 앉은 시간

늦은 저녁 11시 55분.

오늘은, 이제 5분 남은 희망이의 생일 날입니다.

이른 아침

하얀 거품으로 양치하며

빙긋 웃고 있는 오늘은

희망이가 태어난지 36년 째 되는 날입니다.

집을 나서며 핸드폰을 꺼내

선생님들과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 행복한 월요일 기쁨 하나!

오늘은 창우기의 36번 째 생일입니다.

모두들 두 팔 벌려 축하합시다! '

허겁지겁 버스에 오릅니다.

징~~~

핸드폰이 부르르 떨며

생일 축하 문자들이 날아듭니다.

킥킥...

웃음이 납니다.

남들이 알아주기 전에

내가 먼저 알리는 일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그 나름의 행복입니다.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버스오는 소리에

후다닥 현관문으로 달려갑니다.

어느 때처럼 노란 의자에 앉아

옥길동 회관 돌계단을 오르는 녀석들에게

두 팔 벌려 큰 소리로 말합니다.

" 사랑합니다! "

절로 품에 안기는 녀석들 입에서

폭 껴 안은 품 안의 녀석들 입에서

어제와 다른 말이 튀어 나옵니다.

" 생일 축하합니다! "

"으잉? 어떻게 알았냐? "

" 선생님이 말해줬어요"

아하~

차량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이 문자를 받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셨나 보구나~

품에 안기는 녀석들 모두

한결같은 축하 인사입니다.

" 선생님! 생일 축하해요~ "

" 선생님 오늘 생일이죠? 축하해요"

가슴을 여는 선생님의 인사에도

한마디가 더 보태집니다.

"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 달봉아! 생일 축하해~ ! "

여전히 달봉이라 부르는 다섯 살 녀석들도

생일 축하 인사는 빼 먹지 않습니다.

" 그래~ 고맙다. 요 귀여운 꼬맹이들아~ "

아침부터 너무 많은 행복을 먹은 희망이는

배불러 하루종일 트림 하기에 바쁩니다.

" 선생님~ 오늘은 방귀 안 뀔란다~ "

" 왜요? "

" 오늘은 행복을 너무 많이 먹어 트림만 나온다~ "

매일 매일 먹는 사랑도 모자라

오늘은 배 터지게

행복으로 과식까지 합니다.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신 싱글벙글 하다보니

아이들이 가방을 멥니다.

집에 갈 때도 역시

가슴을 맞대고 인사합니다.

" 사랑합니다~ "

" 생일 축하합니다~ "

" 으잉~ 아까 했잖아~ 그 말~ "

" 선생님도 아까 했잖아요~ 그 말~ "

" 그렇군. 감사합니다~ "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목이 부러져라 손을 흔들어 댑니다.

" 고맙다~ 이 녀석들아~ "

하루종일 핸드폰이 삑삑 거립니다.

하루종일 생일 축하 문자가 날아듭니다.

나중에 세어보니

스무 개도 넘는 축하 문자가 쌓였습니다.

' 흐흐... 이 방법 꽤 괜찮군~ 내년에도 써 먹어야 되겠다~ '

어느덧 저녁입니다.

오늘은 아빠들과 아이들이 함께 가는

아빠랑 캠프 사전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아빠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라

모임 시간은 늘상 저녁 시간입니다.

" 선생님~ 괜찮겠어요? 오늘 생일인데 늦게 끝나서... "

" 안 괜찮으면? ᄏᄏ 괜찮아~

항상 생일 날마다 아버지 모임이 있었는걸?

게다가 일찍가도 할 일도 없어~ "

모임을 기다리는데

선생님 한 분이 봉투 하나를 내밉니다.

" 선생님~ 우리끼리 모아서 샀어요. 생일 축하해요 "

"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거...정말 안 되는데? "

하면서 넙죽 받습니다.

봉투 안에는 도서상품권 세 장이 들어 있습니다.

" 역시 우리 사랑하는 선생님들이라니까~ "

선생님들을 덥쩍 껴안습니다.

" 사랑합니다 " "사랑합니다 " "사랑합니다~! "

아버님들이 오십니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10시입니다.

" 이제 그만 가야겠다~ 아웅~ 졸리다~ "

남은 선생님과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옵니다.

" 오늘... 선물 고마워~ "

" 어? 난 선물 사는데 안 보탰는데? "

" 잉? 뭐라구? "

후다닥~

어디론가 뛰어 가는 선생님.

" 잠깐만 기다리세요 "

한 손에 케잌을 사 들고 뛰어 옵니다.

" 이거 맛있는 고구마 케잌이니까 오늘 꼭 드시고 주무세요. 아셨죠? "

" 아~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

또 다시 덥썩 받아 듭니다.

" 역시 우리 선생님이야~ 사랑합니다~ "

오늘은 '사랑합니다' 연발입니다.

집으로 향합니다.

한 손에는 고구마 케잌을 들고서.

' 어서 가야겠다. 아버지께서 기다리시겠다 '

허겁지겁 달려간 집 앞에

아버지께서 나와 계십니다.

" 어? 아버지~ 어디 가시게요? "

" 어디 안 간다. 근데, 네 생일에 네가 케잌 사오냐? "

" 아니에요~ 함께 있는 선생님이 사 줬어요~ "

아버지와 단 둘이 둘러 앉아

케잌에 초를 꽂습니다.

" 그 선생님 아니었으면 아버지랑 이것도 못할 뻔 했네.. "

" 아이들이랑 하지~ 왜 가지고 왔냐? "

" 에이~ 아버지랑 해야죠? 아버지 심심하신데~ "

초에 불을 붙입니다.

" 김창욱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

아버지께서 독창으로 노래를 부르십니다.

서른 여섯 먹은 아들은

연신 아버지를 보고 낄낄 웃습니다.

" 왜 웃냐? "

" 좋아서요~

............. 아버지! "

" 왜? "

"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이 고구마 케잌 진짜냐? "

말 둘러대시긴...

" 내가 만들면 이것보다 훨씬 잘 만든다.

이거 아마 가짤꺼다 "

" 에이~ 케잌에 가짜가 어딨어요? "

" 어디 한 번 먹어보자.. 음.. 역시..

이거 고구마가 5 프로 밖에 안 들어갔다 "

" 그걸 어떻게 아세요? "

" 옛날 빵 기술자였던 내가 그것도 모르겠냐?

음.. 이거 단가로 따지면 오천 원도 안 된다. 한 삼천원? "

" 아버지~ 마음으로 먹어야지 단가로 먹으면 안되죠~ "

" 그래도 이거 이 만원은 받았겠지? "

" 에이~ 나는 맛있기만 한데... "

" 소원 빌어야지~ "

" 올해는 꼭 장가가게 해 주세요~ "

" 철 없는 놈~ 이 아버지가 장가를 갔어도 두 번은 더 갔겠다.

애가 저렇게 사교성이 없어서 어디 쓰겠냐? "

" 제가 사교성이 없다구요? 남들이 들으면 웃어요. 아버지~ "

" 웃겠지~ 나이 서른 여섯 되고도 장가를 못 갔으니 웃고도 남겠다~ "

으이그...

괜시리 말 참견 했다가

본전도 못 찾고 맙니다.

어?

시간 지났네?

벌써 한 시가 다 되어 갑니다.

이제는 어제가 생일 날입니다.

하지만 뭐 생일이 대수인가요?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날들이라면

하루 하루가 다 생일 날 아니겠어요?

두 팔 괴고 누워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인사 드립니다.

" 어머니~ 낳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창욱이 열심히 살께요.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