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생활나눔장

달봉샘 2010. 5. 4. 21:22

생활나눔장을 폅니다.

스물여섯장..

우리반 아이들 만큼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보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 손에 잡히지도 안습니다.

두 손이 두툼합니다.

선생님 마음에는 부담이 두툼합니다.

'이걸 언제 적지?'

파란색 바탕에 하얀 종이위에 무엇을 적어야 할까..

아이들 얼굴을 바라봅니다.

하나 하나 새록 새록 신기하고 방통하고

할 이야기, 쓸 이야기 쏟아질듯 받아내고

막상 책상머리에 앉으면 두둑한 두께만 보입니다.

아이들 얼굴을 들여다 보듯 아이들의 이름을 봅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의 환한 얼굴..

'선생님.. 뭐가 걱정이세요? 저를 보세요..

제가 하는대로 그대로 적으세요..알았죠?'

머리를 쥐어짜면 시간만 들어나고

마음을 쥐어짜면 부담만 들어나고

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얀 종이 깜깜하게 꽉 들어찹니다.

어찌보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부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보면 아이들이 보입니다.

선생님과 부모님을 이어주는 아이들의 작은 손길이 보입니다.

작은 페이지.. 한 글자 한 글자 더듬 더듬

아이들을 그려가며 생각합니다.

잘 그려야 한다.. 잘 그려야 한다..

도화지에 쓱싹 그리는 그림은

못 그려도 그만입니다.

옹알 옹알 소리높여 부르는 노래

못 불러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생활나눔장의 아이들의 모습은

못 그릴 수 없습니다.

못 부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듯

선생님이 '이놈들'이라 부르듯

저절로 그려지는 아이들의 그림입니다.

저절로 불러지는 아이들의 노래입니다.

오늘도 생활나눔장을 펴며 생각합니다.

잘 그려야지.. 잘 써야지...

정말 잘 그려야지.. 정말 잘 써야지..

우리네 아이들의 모습..

있는 그대로만 그릴 수 있다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이나

있는 그대로만 바라볼 수 있다면..

사팔뜨기 선생님

귀머거리 선생님

아이들의 눈을 빌려

아이들의 귀를 빌려

두둑한 생활나눔장

머리맡에 행복하게 놓습니다.

고맙다. .얘들아..

사랑한다.. 이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