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헤진 바지
"선생님.. 바지에 구멍났어요"
"구멍?"
반바지에 실이 터져 구멍이 생겼습니다.
"시원하겠지?"
"네"
"오늘은 선생님이 바지 이야기를 하겠다.."
"바지 이야기?"
"그래. .이 구멍 난 바지 말이야.."
말을 하기 위해 손을 든 녀석들이
슬그머니 손을 내립니다.
"이 바지는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바지야.
이 바지 나이는 10살이야.."
"우-아... 우리보다 나이가 많네.."
"그래.. 10살이 되려면 3650밤을 자야하거든.."
"우-아..그렇게나 많이 자야해요?"
"그래.. 그만큼 오랫동안 선생님과 함께 있던 바지야..
선생님이 일요일에 빨래를 하고 말리기 위해
툭 툭 털다가 그만 실이 터져버렸어..
이 바지는 너희들보다 목욕도 아마 더 많이 했을걸?"
"히히"
"선생님은 이 바지를 너무나도 좋아한단다.."
"왜요?"
"이 바지는 선생님 몸을 잘 알고 있거든..
이 바지는 선생님을 잘 알고 있거든..
그래서 이 바지를 입으면 마음도 아주 편해 진단다..
바지도 오래 입으면 선생님 마음을 알게 되는거지.."
아빠랑 캠프를 갔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작년과 옷이 똑같네요.."
"아..그래요?"
생각해 보니 작년 캠프때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왔습니다..
"아버님.. 눈썰미가 대단하시네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빠랑 캠프때마다 입던 옷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녀석 나이가 10살이 넘었습니다.
"새 바지는 깨끗하고 멋 있어 보이지만
선생님은 이 바지를 더 좋아한다..
이 바지는 선생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거든..
이 바지는 선생님과 함께 10년을 살아 왔어..
마음을 알아주는 바지는 많지 않을꺼야..
비도 맞고 바람도 맞고
흙도 묻혔다가 먼지투성이가 되기도 했었지..
그러면서 이 바지는 항상 선생님과 함께 있었단다..
오래된 바지가 좋은것은 바로 그것이란다..
친구도 오래 사귀면 사귈수록 좋은것이
바지와 같다..."
"선생님..
그런데 우리 엄마가 실내화를 새로 사 주셨어요"
"너희들은 선생님처럼 오래 입거나 신지 못해..
왜냐하면 너희들은 키가 자라고 발도 자라고 해서
입고 싶어도 신고 싶어도 입지도 신지도 못하지..
선생님은 이제 키가 자라지 않아..
선생님은 이제 발이 자라지 않아..
그래서 오랫동안 입어도 입을 수 있는거지..
그런데 말야.. 너희들이 선생님처럼
좋아하는 바지를 친구처럼 오래 두기 위해서는
어른이 되기전에 연습을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게 뭔데요?"
"바로 아끼는 연습이지.. 내가 함께 하는 친구를
아끼는 연습.. 옷도 물건도 마찬가지야.."
실내화를 잘 챙기지 못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물통을 잘 잊고 다니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모자를 다른 장에 넣어두고
찾지 못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조금만 위치가 바뀌어도
없어졌다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라 해도
자리만 맴돌다 없다합니다.
잃어 버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는
아끼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잃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잃어 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는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이 '나를 찾아주세요' 통을 만들꺼야.."
"그게 뭔데요?"
"너희들이 잃어 버린 물건을 넣어 두는 곳이지..
너희들이 보기 쉬운 곳에 그 통을 가져다 놓고
언제든지 물건을 잃어 버리면 그 통에서 찾으면 되고
언제든지 물건을 줏으면 그 통에다 넣어 놓으면 된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 통에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너희들이 잃어 버리더라도 계속 찾는다면
친구들도 함께 찾아 줄 것이고..
선생님도 함께 찾아 줄 것이고..
그러면 통에 들어 가기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테니까..
잃어 버리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끼는 마음이란다..
선생님이 선생님의 구멍난 바지를 아끼듯이..
물건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선생님은 이 바지를 보고 배운다..
너희들도 그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물건을 잘 잃어 버린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물건을 잘 챙기지 않는다고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아이들이 물건의 소중함을 모른다고
너무 안타까워 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지금 배우는 중입니다.
작은 물건에도 내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나를 찾아 주세요' 커다란 통에
잃어 버린 물건이 가득 쌓이는 대신
먼지만 가득 쌓인다면 좋겠습니다.
통에 던져 넣기 전에
친구에게 먼저 달려 갔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물건의 소중한 마음을
커다란 통에 던져 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아마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아마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