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너무 슬퍼요!
밤 10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밤 늦게 죄송합니다.
우리 아이가 너무 슬퍼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해서
전화를 드렸어요"
점심시간입니다.
오늘은 여름모둠이 청소를 하는 날입니다.
밥을 먹은 아이들은 양치를 하고 나팔꽃 물을 주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한 후
바깥놀이를 나갑니다.
한 녀석이 뛰어 옵니다.
"선생님.. 여름모둠인데 청소를 안 하고 놀이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래? 그럼 들어오라고 해라"
잠시 후 그녀석이 다시 뛰어 옵니다.
"선생님.. 혼날까 봐 못 들어온데요.."
점심시간이 끝나고 질경이반 녀석들이 모두 들어 왔습니다.
청소를 안 했다는 녀석도 있습니다.
'청소 안 하고 바깥놀이 했니?"
울음으로 대답하는 녀석입니다.
청소모둠인데 청소를 안 하고 놀이를 하는 친구들은
일곱밤동안 청소를 해야 합니다.
"청소 안 하고 바깥놀이를 한 것이 맞니?"
울음이 그칠줄을 모릅니다.
"여보세요?"
"선생님 아닌가 봐. .엄마.."
"선생님 맞다.. 이녀석아!"
"선생님.. 너무 슬퍼요."
"무엇이 그렇게 슬프게 만드니?"
"밥을 다 먹지 않았는데 그 친구가 청소를 안 했다고 한거에요"
"그래? .그럼.. 월요일에 친구들하고 다시 이야기 하자..
밥을 다 먹지 않아서 청소를 하지 못한 것이면 일곱 밤동안 청소를 안 해도 된다"
"선생님.. 그런데 계속 슬픈 생각이 나요"
"그래? 그럼.. 안 되는데.. 지금은 친구들하고 이야기 할 수가 없는데..
월요일까지는 기다려야 하는데.. 어떻한다?"
"슬픈 생각이 자꾸 나요"
"음... 제일 기분이 좋았을 때는 언제였어?"
"음.. 멋진 친구가 되었을 때요.."
"아.. 그랬구나.. 멋진친구.. 그래.. 그럼 멋진 친구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되겠다.."
"그래도 슬픈 생각이 자꾸 나요.."
"그래? 그럼..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음.. 그럼 선생님이 노래를 불러줄까?"
"네"
"무슨 노래 불러줄까?"
"얼굴 찌푸르지 말아요"
"알았어.. 부른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너무 힘들잖아요... 기쁨의 그날위해 함께하는.."
"녹음기 같다"
"이제 기분이 좋아졌니?"
"끝까지 불러주세요"
"아..알았어.. 혼자라고 느껴질 때면 주위를 둘러 보세요. .
이렇게 많은 이들 모두가 나의 친구랍니다."
"이제 기분이 어때?"
"그래도 조금 슬퍼요"
"그래? 그럼 선생님도 슬퍼지는데..."
"선생님도 슬퍼요?"
"그럼..네가 슬프면 선생님도 눈물이 나지.."
점심을 먹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선생님.. 어제 선생님 엄마를 만났다.."
"선생님은 엄마 없잖아요.."
"선생님도 엄마 있다.."
"맞아. .선생님 엄마는 하늘나라에 가셨어.."
"그래. .하늘나라에 가셨지"
"그런데.. 어떻게 만났어요?"
"어제 꿈을 꾸었는데.. 선생님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내려 오셨단다..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단다.. 너무 보고 싶었거든..
엄마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재미있는 곳에도 가고.. 참 좋았지..
그런데...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실 시간이 되신 거야. 헤어질 시간이 되었지.
헤어지면서 선생님 엄마가 선생님에게 아주 많은 돈을 주시는 거야..
돈이 필요할꺼라고.. 선생님은 돈은 필요없다고 했단다..
그래도 선생님 엄마는 돈이 필요할꺼라고 돈을 주시면서 하늘나라로 가셨단다.."
"슬펐어요?"
"아니.. 참 기뻤단다. .엄마하고 하루를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선생님.. 울어요?"
"아니? 선생님이 왜 울어?"
"아까부터 눈이 빨간데요?"
"하품해서 그래"
"하품하는데 왜 눈이 빨개요? 눈물도 난다.."
"아니래두!!"
"선생님.. 이제 조금만 슬퍼졌어요.."
"그래? 잘 되었네.."
"선생님"
"응?"
"월요일에도 슬프면 전화해도 되요?"
"그래.. 우리 약속 하나 할까?"
"뭐요?"
"오늘은 기쁘게 잠 자기. 네가 기쁘게 잠을 자야
선생님도 기쁘게 잠을 잘 수 있으니까.."
"네..알았어요.. 헤헤헤.."
"이녀석.. 웃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난다.."
"헤헤헤"
"그래..그럼 네가 먼저 끊어라.."
"선생님..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 자라.. "
이야기를 하다 보니 10시 50분이 되어 갑니다.
이런.. 너무 오래 전화를 했군..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미처 듣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금만 더 살펴주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텐데..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상처가 나지 않을텐데..
선생님.. 너무 슬퍼요.. 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