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세 개의 가슴

달봉샘 2010. 5. 4. 22:35

첫 번째 가슴

캠프가 저뭅니다.

하루종일 논 아이들과

오랜만에 놀아 본 선생님들이

분주히 준비하는 밤입니다.

식당 의자에 앉아

밤을 준비하는 소리들을 듣습니다.

다리가 무겁습니다.

의자 하나를 빼서 다리를 올립니다.

이상하게 모기란 놈은

어딜가든 발목과 발등만 뭅니다.

일찍부터 잠자리에 든

옆 집 어린이집 팀들은

아니, 정확히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오늘 하루 캠프를 운영한 캠프장 선생님들과

맥주와 통닭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달갑지 않은 모습입니다.

선생님 한 분이 아이 하나를 안고 나옵니다.

깜깜하면 잠을 못 잔다는 다섯 살 녀석을 안고서.

품에 안습니다.

"괜찮아. 여기에 있는 불은 절대 꺼지지 않아.

네가 잠을 잘 때도 선생님은 너를 지켜줄꺼야.

걱정하지마"

목을 감싸안은 녀석의 팔이 느껴집니다.

어깨에 기대오는 작은 머리가 느껴집니다.

두 팔로 엉덩이를 받히고서

혹시나 모기가 물까 발을 계속 쓸어 주면서

등을 도닥입니다.

흥얼 흥얼 노래를 부르며 숙소 앞을 걷습니다.

무슨 노래인지 제목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 흥얼 거리는데 녀석의 머리가 조금씩 움직입니다.

몸을 움츠리는 것을 느낍니다.

꼬옥 껴안아 줍니다.

가슴과 가슴이 닿습니다.

순간 심장이 맞닿는 느낌입니다.

하나가 된 느낌입니다.

'이것이 부모라는 느낌일까'

자장가를 부릅니다.

술잔이 오고가는 다른 세상 사람들을 구경하며...

두 번째 가슴

잠든 녀석을 모포위에 누입니다.

미간이 잠깐 찌푸러들었다 이내 펴집니다.

이불을 덮어 줍니다.

이마에 뽀뽀를 해 줍니다.

포근한 밤이 되거라...

선생님들도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 2시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숙소 앞을 한바퀴 돕니다.

살 판 난 고양이 들이 식당 주위를 뛰어 다닙니다.

'찐득이는 잘 있을까?'

자면서도 레슬링을 하는지

이리 저리 뒹굴고 있는 녀석들을 바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 줍니다.

자리에 눕습니다.

다리를 쭈-욱 펴는데 남의 다리 같습니다.

이제야 달라붙은 제 다리 같습니다.

한꺼번에 몰아치는 피곤으로

오히려 쉽게 잠이 들지 않습니다.

아이들 얼굴이 하나 둘씩 포개지다가

이내 희미해집니다.

기침소리!

눈이 떠집니다.

한 녀석이 계속 기침을 해댑니다.

엉금 엉금 기어서 옆으로 다가갑니다.

등을 쓸어줍니다.

한참동안 잠잠합니다.

눈이 감깁니다.

기침소리!!

다시금 등을 쓸어주며

녀석의 이마에 손을 얹습니다.

열은 없습니다.

속삭입니다.

"계속 기침이 나니?"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선생님이 옆에서 잘 테니까 걱정마"

등을 계속 쓸어 줍니다.

나도 모르게 손길이 멈춥니다.

기침소리!!!

목에서 힘들게 나오는 기침소리..

머리에 손을 얹어 봅니다.

미열이 느껴집니다.

"잠깐만 기다려 봐.."

밖으로 나와 약통에서 감기약을 꺼냅니다.

설명서를 한 번 쭈-욱 훓어보고

병을 따서 한 스푼, 두 스푼.. 시럽을 먹입니다.

넙죽 넙죽 빨아먹는 녀석..

"맛있지? 너희들 약은 참 맛있더라..

선생님도 감기 걸렸을 때 먹어 보았는데.."

등을 몇 번 두드려 주고

등을 다시 쓸어 주고

자리에 누입니다.

"선생님이 꼬옥 안아줄게.. 이제는 기침 안 나올꺼야."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약간 쌀쌀한 느낌입니다.

녀석을 가슴에 안습니다.

가슴과 가슴이 닿습니다.

순간 심장이 맞닿는 느낌입니다.

하나된 느낌입니다.

녀석의 숨소리가 코고는 소리로 바뀝니다.

심하게 코를 고는 녀석입니다.

이제야 진정이 된 듯..

시끄럽지 않은 소리입니다.

나도 모르게 자장가가 되었나 봅니다.

잠이 듭니다.

세 번째 가슴

버스에 오릅니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

마이크를 잡고 똘망똘망한 눈들을 바라봅니다.

"도착하면 깨워줄테니 잠을 잘 친구들은 자도된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골아 떨어지는녀석들.

고개가 쳐진 녀석 올려주고

엉덩이가 빠진 녀석 받쳐주며

잠든 녀석들을 찬찬히 바라봅니다.

아이들의 잠든 모습이 좋아

캠프가 좋은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녀석이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이리와.. 이녀석.."

다섯 살 녀석입니다.

품에 안으며 자리에 앉습니다.

언제인가 텔레비전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엄마 고릴라가 아기 고릴라를 안고 있던 모습으로.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기도 하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차들을 훔쳐 보기도 하고

선생님 얼굴 빼꼼히 쳐다 보기도 하다가

새근 새근 숨소리가 들려 옵니다.

몸에 힘이 빠지며 가슴에 당겨지는 녀석입니다.

가슴과 가슴이 닿습니다.

순간 심장이 하나되는 느낌.

녀석이 선생님의 눈꺼풀도 잡아 당깁니다.

순간 순간 졸고 있는 자신을 봅니다.

캠프가 끝이 났습니다.

1박 2일동안의 캠프!

7년이라는 시간동안

캠프라는 이름으로 갖었던 기쁨과 행복, 충만함.

그 이름들 뒤에는

항상 따뜻한 가슴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의 캠프는

가슴과 가슴이 하나되는

좋은 느낌, 좋은 시간입니다.

그 이름그대로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