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들어 주기
"소원 들어주기 하자!"
"어떻게 하는 건데요?"
"매일 두 명씩 소원을 말하고 그 소원을 친구들과 선생님이 들어주는거야"
"재미있겠다!"
"그럼.. 오늘은.. 동우와 병준이 소원 들어주기"
"선생님. 그럼 전 언제에요?"
"벽에 붙어 있는 이름 순서대로 하니까 네가 잘 세어 봐."
"그런데.. 선생님하고 친구들이 들어 줄 수 있는 소원으로 해야 돼.
선생님. 하늘을 날게 해 주세요! 그러면 선생님이 해 줄 수 없잖아.
선생님. 거인이 되게 해 주세요! 이런 것도 해 줄 수 없고.
꼭 해 줄 수 있는 것만 하기. 알았지?
"와! 재미있겠다!"
갑자기 왠 소원타령이냐구요?
아침으로 돌아가면 알 수 있습니다.
주빈이, 선생님을 보자마자 눈을 부라립니다.
"선생님, 답장 썼어요?"
"엉? 그게..."
"벌써 두 장째 밀린 것 아세요? 도대체 답장은 언제 줄꺼에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그러구도 약속을 잘 지키는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에이구.. .할 말이 없습니다.
말 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어제 아빠들하고 모임을 했는데.. 끝나고 보니까 밤 12시잖아.
그래서 편지를 쓸 수가 없었어. 너무 졸려서. 너무 늦게자면 안 되잖아"
"그래도 그렇지. 약속은 지켜야지요."
"그래, 선생님이 잘 못했다"
"선생님한테 실망했어요"
아! 실망!!
큰일입니다. 실망이랍니다.
"좋은 수가 있다!"
"뭔데요?"
그래서 나온 것이 소원 들어주기입니다.
질경이반 녀석들이 소원을 줄줄이 이야기합니다.
하루에 다 들어주기에는
너무나도 많고 너무나도 복잡한 소원입니다.
기억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두 명씩 소원을 들어 주기로 합니다.
재미있으면 계속 하기로 합니다.
"동우 소원은 뭐니?"
"저요? 저는요 오늘 겨울모둠에서 창근이랑 같이 밥 먹게 해 주세요"
"그래? 그건 쉽지. 그래. 그럼 오늘은 겨울모둠에서 밥 먹어라"
"야호!"
"병준이 소원은 뭐니?"
"저요? 마술 가르쳐 주세요"
"마술?"
"예"
"음.. 그건 집에 가기 전에 하자. 선생님이 꼭 가르쳐 줄게"
집에 갈 시간입니다.
"자! 마술시간이다. 병준이는 앞으로 나와서 잘 봐라!"
병뚜껑 같은 마술도구 두 개를 꺼냅니다.
앞 면, 뒷 면이 모두 회색입니다.
"자! 이게 무슨 색이냐?"
"검은 색이요"
"이게 검은 색이냐?"
"예, 검은 색이요"
"잘 봐라. 이게 무슨 색이냐?"
"검은 색인데요?"
"이놈아! 이건 회색이라고 하는거야. 검은 색은 이런 색깔이야"
선생님 옷 한쪽 귀퉁이의 검은 색을 가르킵니다.
"자! 다시, 이게 무슨 색이냐?"
"회색이요"
"회색을 이렇게 이렇게 문지르면..."
"와......."
빨간색,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정말 신기하다."
"병준이는 선생님 따라와라!"
병준이만 몰래 데려가서 이렇쿵 저렇쿵 알려 줍니다.
병준이가 친구들 앞에 섭니다.
"자! 병준이의 마술시간이다!"
병준이가 회색을 문지르자 빨간 색, 노란 색으로 변합니다.
"이야- 병준이도 할 수 있네? 선생님, 저도 가르쳐 줘요!'
"병준이 소원이잖아!'
"나도 내일 마술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히히"
"내일은 음.. 재연이랑 지민이 소원 들어 주는 날이다. 지민이와 재연이는 집에서 잘 생각해 보고 오기. 알았지?"
"네"
지민이 녀석 베시시 웃는 것이 영 불안합니다.
재연이는 뭐가 부끄러운지 연신 얼굴만 빨개 집니다.
소원 들어주기!!
과연 잘 될까??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신바람만 달고 갑니다.
"야! 넌 무슨 소원 들어달라고 할거야? 난 마술!"
"나도 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