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싫어 생쥐!
부시럭 부시럭
천정긁는 소리
머리카락이 일어섭니다.
다락에 쥐가 있습니다.
동물중에서 유일하게 싫어하는 동물
쥐!
고양이 살금이를 데려옵니다.
긁는 소리가 그치지 않습니다.
두다리 포개고 앉아 졸고 있는 살금이
할아버지같이 두 눈 꼬옥 감고
마음 편히 졸고 있습니다.
'저거 고양이 맞아?'
찐득이와 살금이 고양이 두 마리
고양이같은 고양이가 없습니다.
"일어나!"
큰 소리로 말합니다.
쌍 무지개 두 눈을 찡긋하더니
이내 고개를 떨굽니다.
으이그~
아침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왔습니다.
"선생님 뭐하세요?"
"싫어!"
"예? 뭐가 싫어요?"
"싫어, 싫다구"
"뭐가 싫은데요?"
"너도 싫어."
"내가 왜 싫어요?"
"너무 귀여워서 싫어"
" ? "
"선생님 축구해도 되요?"
"싫어!"
"뭐라구요?"
"싫어. 싫다구!"
"뭐가 싫은데요?"
"축구 싫어! 축구 하지마!"
"축구가 왜 싫어요?"
"싫어, 싫다구!"
"얘들아! 선생님 이상해졌다"
동그랗게 앉습니다.
"선생님, 오늘 왜 그래요?"
"싫어. 다 싫어! 너희들도 싫어!"
"우리가 왜 싫어!"
"너무 예뻐서 싫어! 이게뭐야! 동그라미가 너무 예쁘잖아.
예쁜것도 싫어! 싫어, 싫다구!"
"왜 자꾸 반대로 말해요?"
"싫다구!"
"선생님 그러지 마세요, 네?"
선생님이 도대체 왜 이럴까요?
"선생님이 어제밤에 편지를 쓰다가 깜빡 잠이 들었어.
나도 모르게 잠을 자는데 무슨 소리가 들리는거야.
잠결에 들었는데 '싫어!, 싫어!'하는 소리같았어.
잘못 들었나?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데 또 다시 소리가 들리는거야.
분명히 '싫어! 싫어!'하는 소리였어.
어디서 나는 소리지?
귀를 쫑긋세워 들어보니 분명히 문 밖에서 나는 소리였어.
살금 살금 걸어가 문을 열었어.
그랬더니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휙 들어오는 거야.
온 몸에 가시가 박히는 것처럼 추웠어.
두 팔로 몸을 감싸고 복도로 나왔어.
어디서 소리가 나는거지?
가만히 서서 들어보니 질경이반 쪽에서 소리가 나는거야.
너무 추워서 걷기도 힘들었지만
천천히 천천히 걸어서 질경이반 앞에까지 왔어.
끼이익~
너희들도 잘 알지?
질경이반은 나무문이라 천천히 열면 '끼이익'하고 소리가 나.
문을 조금 열고 고개를 넣었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거야.
그런데, 저쪽 쇠문쪽에서 분명히 소리가 나는거였어.
분명히 '싫어! 싫어!'하는 소리였어.
끼이익- 문을 조금 더 열고 질경이반 안으로 들어갔어.
발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걸으면서 말야.
벽에 손을 뻗어서 형광등 스위치를 찾았어.
그리고는 스위치를 켰어.
질경이반에 불이 켜지면서
깜깜해서 보이지 않던 교실이 보였어.
아! 그런데!"
"뭔데요? 뭔데요, 선생님!"
"어서 말해 주세요. 뭔데요?"
"그런데 그런데 말야. 두 눈에 분명히 보이는 것은
두 눈에 분명히 보였던 것은 말야"
"뭔데요? 어서 말해줘요!"
"그것은 바로 너희들 손보다도 작은 조그만 생쥐였어!"
"생쥐요?"
"그래! 생쥐!"
"생쥐가 말을 했어요? 생쥐가 어떻게 말을 해요?"
"몰라! 생쥐가 어떻게 말을 했는지.
그런데 분명히 거기에 있는 것은 조그만 생쥐뿐이었어.
너희들도 알지? 선생님이 쥐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아요. 선생님이 저번에 이야기 해 주셨잖아요"
"그래, 맞아. 선생님은 쥐가 정말 싫어!
선생님이 어렸을 때 선생님이 일곱 살 때
아빠, 엄마, 동생들이랑 방에서 함께 잠을 자는데
귀 옆쪽에서 뭔가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잠을깨서 고개를 돌리는데
그때 갑자기 시커먼 뭔가가
얼굴을 밟고 휙~ 지나가는거야.
너무 놀라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고개만 돌려서 쳐다 보니까
커다랗고 시커먼 쥐 한 마리가
열린 문으로 나가는거야.
선생님은 그때 너무 놀라서
큰 소리로 엉엉 울고 말았어.
엄마, 아빠, 동생들이 놀라서 일어났어.
왜 그러냐고 묻는데도 너무 놀라서 말을 할 수가 없었어.
그냥 계속 울기만 했어. 엉엉 울기만 했어.
선생님은 그때 있었던 일이 너무 싫고 너무 무서워서
쥐를 좋아할 수가 없어. 쥐가 너무 싫어.
으~ 싫어! 정말 싫어!"
"그런데, 어제 그 생쥐는 잡았어요?"
"아니, 불을 켜자마자 도망가는거야.
저기 보이는 저 의자 뒤로 숨는거야.
선생님이 맨 손으로 잡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가서 빗자루를 가져왔어.
너희들도 알지? 길다란 빗자루!"
"네, 알아요"
"빗자루를 가지고 와서 의자를 막 두드렸어.
그런데 쥐가 나오지 않는거야.
가만히 다가가서 의자를 휙- 하고 치웠어.
어? 그런데, 쥐가 없는거야.
옆에 있는 뜀틀 뒤에도, 그 옆의 매트 뒤에도.
어디간거지? 아무리 빗자루로 두드리고 바닥을 쳐도
생쥐는 찾을 수가 없었어.
아- 이런! 어쩌지?
가만히 서 있다가 질경이반에 있는 시계를 보게 되었어.
아, 그런데 새벽 5시인거야. 아이구, 어서 자야겠다.
할 수 없이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어.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잡아야지 생각하고
잠을 자려는데, 또 밖에서 '싫어! 싫어!'하는 소리가 나는거야.
아이그~ 저 놈의 쥐...
하지만 이제 나가기가 싫었어.
밖이 너무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은거야.
그냥 이불을 꼬옥 쥐었어.
그러다가 잠이 들었지.
그 조그만 생쥐의 '싫어! 싫어!'소리를 들으면서 말야."
"그럼, 그 생쥐가 아직도 여기에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마 나갔을거야.
아침에 너희들 소리듣고 놀라서 나갔을거야"
"그런데, 선생님은 왜 자꾸 '싫어 싫어' 했어요?"
"그것은 그 생쥐 생각이 자꾸 나서 그랬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생각이 나는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계속 싫어 싫어 소리를 하게 된거야"
"아~ 그렇구나!"
후후후... 요 녀석들!
심심한 선생님 장난꾸러기 선생님
새빨간 거짓말에 흠뻑 젖어
고개를 끄떡이고 있는 녀석들
웃음이 배를 뚫고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습니다.
아! 그런데, 바로 그 때
이게 무슨 해괴망칙한 인연인지
한 녀석이 큰 소리로 외칩니다.
"선생님! 저기 저기 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아! 조그만 생쥐 녀석이 뜀틀 뒤로 숨습니다.
"어제 그 녀석인가 봐요!"
"어디? 어디있어 쥐?"
아이들이 달려 갑니다.
생쥐가 놀라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뜀틀 뒤로 숨었다
의자 뒤로 숨었다
후들후들 흔들리는 다리로
쏜살같이 도망갑니다.
"어? 어디갔지? 선생님 도망갔어요!"
선생님은 움직일 줄 모릅니다.
'이럴수가! 진짜로 쥐가 나타나다니...
그것도 조그만 생쥐가!"
"선생님, 어제 본 쥐가 저 쥐 맞지요? 그렇지요?"
"응? 응? 그..그.. 그래! 맞아!"
결국 조그만 생쥐는 또 다시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의 새빨간 거짓말 속에서 도망갔던 생쥐가
이야기 속에서 뛰쳐나와 질경이반을 휘젖고
유유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살금이... 이제는 아예 드러누워 자고 있습니다.
쥐야 천정을 긁든 노래를 하든
나는 잠이나 잘란다 마음 편히 누워 자는 녀석입니다.
가만히 앉아 생각합니다.
'음... 이제부터는 이야기를 만들더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만들어야 하겠다.
혹시 또 모르잖아? 또 다시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
기지개를 컵니다.
'그나저나 저 천정의 쥐는 어떻게 한다?
내일은 천정에 나타난
생쥐 엄마 이야기나 지어볼까?'
옥길동 까만 밤
선생님의 새빨간 거짓말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