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아이들의 일 하기

달봉샘 2010. 5. 4. 21:45

"선생님에게 좋은 생각이 하나 떠 올랐다"

"뭔데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병준이를 보고

반짝 생각이 났어.. 병준이가 도와준거지.."

"뭔-데-요!!"

"우리도 병준이처럼 친구들을 위해서 동생들을 위해서

한가지 씩 일을 하는거야.. 멋진 일이지?..."

"..........."

"선생님은 매일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병준이를 보면서 배우는게 많단다.. 병준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서도 무척이나 기뻐한단다..

너희들도 분명 병준이의 기쁜마음을 알게 될꺼야.."

" 선생님 저는 젖은 수건을 바꿔놓는 일을 하는데요?"

"맞아.. 창근이는 친구들이 손을 닦는 수건을 새 수건으로 바꾸는 일을 해.. 젖은 수건은 세탁기 속에 넣어 놓고.. 그럼 선생님이 일요일에 빨래를 하고.. 그리고는 저기 밖에 보이는 건조대에 널어 놓지.. 그러면 창근이는 마른 수건을 젖은 수건과 또 바꿔놓는 일을 하지..

맞아.. 창근이는 수건 바꾸기를 하고 있어.."

"저도 하는 일 있는데요?"

용문이가 손을 듭니다.

"그렇지. .용문이는 물통을 가지고 오지 않은

친구들을 위해서 매일 컵을 씻어.. 언제인가는

용문이가 손을 다쳤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에도 컵을

닦고 있는 용문이를 보았지.. 선생님은 그때 감동을

받았어.."

"감동이 뭐에요?"

"감동이란 마음이 너무 기뻐서 온 몸을 기쁨으로 가득

차게 하는 것이야.. 너무 기쁘면 눈물을 흘리기도 해"

"에-이.. 기쁜데 왜 울어요?"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기도 해... 눈물은 슬플때만

아플때만 나는것이 아니야.. 너희들이 기쁠 때 흘리는

눈물을 배우게 되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꺼야.. "

뭘 할까?

질경이반에서 화장실로

화장실에서 복도로

복도에서 현관으로

현관에서 다시 질경이반으로

기웃 기웃 두리번 두리번

무슨 일을 할까?

일 꺼리를 찾는 아이들은

놀이를 찾을 때 만큼이나

신바람이 납니다.

드디어 일이 정해졌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동우

여기 저기 숨어 있는 실내화를 정리합니다.

꿈속에서도 태권도를 하는 인규

남자 친구들의 양철 소변기에

손 씻은 물을 꺼얹는 일을 합니다.

눈이 커다란 안식이.. 인규와 짝이 됩니다.

웃음이 예쁜 예은이..

창근이와 수건바꾸기 짝이 됩니다.

재연이, 지원이, 제영이, 동수..

기차도 만들고 탑쌓기도 하고

동화책으로 놀이를 하는 동생들을 위해

가지런히 책을 정리합니다.

발가락을 다쳐서 30밤도 넘게

집에서 지내는 지민이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을 남겨 놓습니다.

내경이, 주빈이, 수민이..

응아를 한 화장실에

물을 내리는 일을 합니다.

한결이는 용문이와 컵닦기 짝이 됩니다.

현근이는 양치컵 정리를 합니다.

기원이, 승훈이, 정민이, 성원이는

햇볕에 말리느라

식사당번들이 밖에 내다 놓은 밥상을

집에 갈 때 들여오는 일을 합니다.

은서와 지원이는

친구들의 가방을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기창이는

칫솔을 햇볕에 말리고 다시 가져오는 일을 합니다.

하은이는

점심시간 찐득이 밥 주는 일을 합니다.

모두가 한 가지씩

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 지금부터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야.. 그러니까 귀를 토끼처럼 쫑긋

세우고 잘 들어야 해.. "

"네.."

"너희들이 하는 일은 너희들을 위한 일도 되고 다른 사람을 위한 일도 되는거야.. 자기만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너무나도 슬플꺼야.. 다른 사람들을 돕는 좋은 마음을 느끼지 못할테니까..

우리가 먹는 음식도 그 음식을 가꾸어 준신 분들, 음식으로 요리를 해 주시는 엄마들이 계시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이야.. 서로 돕고 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돼.. 너희들은 오늘부터 서로 돕는 것이 어떤 것이지 알게 된거야... 선생님은 그래서 질경이반 친구들 모두에게 축하를 해 주고 싶다..

질경이반 친구들! 축하해!!"

아이들과 함께 박수를 칩니다.

아이들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박수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병준이를 봅니다.

손바닥이 갈라져서 약을 바르는 용문이가

컵을 씻고 있는 것을 봅니다.

아직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귀찮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는 일은

자신의 마음밭에 물을 주는 일입니다.

매일 매일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하는 아이들처럼

매일 매일 자신의 마음밭에 물을 주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꿈틀 꿈틀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처럼

신기하고 가슴벅찬 일입니다.

행복한 내일의 창을 닦는

감사한 일입니다.

"선생님! 그럼 선생님 일은 뭐에요!!"

이놈들..

선생님은 놀기만 하는 줄 아나 봅니다.

"선생님이 하는 일은 말야...."

아이들의 일 하기..

오늘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