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 2010. 5. 4. 23:08

여행을 갑니다.

항상 있는 곳에서

가끔 있는 곳으로.

항상 있는 곳에서

어쩌다 있는 곳으로.

항상 있는 곳에서

잘 아는 곳으로.

항상 있는 곳에서

항상 있음을 알게 해 주는 곳으로.

청소를 합니다.

매일 지나치던 교실이지만

손이 잘 가지 않는 곳에는

영락없이 먼지가 잠을 잡니다.

내 집이랍시고 떡 허니 주인행세하는 거미에게

진짜 주인이랍시고 빗자루를 들이대는 것이

가끔 주인이 항상 주인을 내모는 것 같아

마음 가득 미안합니다.

옥길동엔 때때로 부지런한 사람과

항상 부지런한 거미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여행을 갑니다.

평소에는 잘 가 보지 못했던 교실 구석 구석으로.

언제나 알고 있던 곳에

가끔 알게 되는 곳을 더하니

교실이 더욱 넓어집니다.

오늘은 내 마음 구석 구석

오래된 기억 하나를 만났습니다.

마지막 학생시절 대학시절 만났던 동생.

스물 다섯의 나이로 되 돌아간 오늘입니다.

귀엽기만 하던 녀석이 어른이 되었습니다.

예쁘기만 하던 녀석이 서른이 되었습니다.

"네가 벌써 서른이야?"

"남 나이 먹을 때 오빠는 잠만 잤나? 자기도 나이 먹었으면서..."

"그렇구나. 보지 못해도 만나지 못해도 나이는 먹는구나. 너도..."

"그런데, 나 아직도 예쁘지?"

나이는 몸으로만 먹나 봅니다.

마음은 여전히 오래된 기억 그대로입니다.

"가자! 밥 사 줄께."

"정말? 오빠 돈 잘 버나보네?"

"돈은 쓸만큼 번다. 얼마를 버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거 아니겠니?"

"우와~ 우리 오빠.. 정말 바른 생활 사나이다!"

"바른 생활? 거참 좋은 소리인 것 같은데 듣기에는 영 교과서같다."

옛날 옛날 나는 그렇게 살았더랬습니다.

그렇게 살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가 이렇게가 된 것이 내 삶입니다.

"오빠는 지금... 행복해?"

"응, 행복해"

"매일 애들하고만 산다면서..."

"애들하고만 살다보니 어른하고도 살게 되더라.

애들하고 잘 지내다 보니 어른하고도 잘 지내게 되더라.

너도 어른하고 잘 못 지내거든 애들하고 먼저 잘 지내봐라.

그럼 어른하고도 잘 지내게 된다"

"거참..."

옛날 옛날 내가 살던 이야기

기억속에 묻어둬서 먼지살고 거미살던 이야기

한 번의 빗자루질로 다시 찾은 이야기

"잘가~ 또 보자. 행복하게 살자!"

"오빠가 행복 해 보여서 참 보기 좋다!"

여행을 갑니다.

항상 있는 곳에서

가끔 있는 곳으로.

항상 있는 곳에서

어쩌다 있는 곳으로.

항상 있는 곳에서

잘 아는 곳으로.

항상 있는 곳에서

항상 있음을 알게 해 주는 곳으로.

신발끈 동여메고 배낭 들고 나설 수 없거든

마음 한켠 오래된

먼지살고 거미사는 오래된 기억 저편

내가 살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 보세요.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신의 눈으로 분명히 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분명 당신은 행복한 가운데 살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