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우울함이 끝나는 날

달봉샘 2010. 5. 3. 21:57

조그마한 동네입니다.

꼬마가 있습니다.

길을 갑니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꼬마는 장님입니다.

모두가 장님입니다.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보인다는 말을 모릅니다.

무엇이 보이는것인지 생각도 모릅니다.

지팡이가 있을 뿐입니다.

지팡이가 길을 갑니다.

길을 갑니다.

걸어서 갑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희미한 기억저편에 있는 말입니다.

걷는다는 것.

누군가가 말해 주었습니다.

걷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걷는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지금 꼬마는 걷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없는것도 몰랐습니다.

누군가가 말해 주었습니다.

바람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햇볕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위험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모든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바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햇볕을 받고 싶습니다.

위험은 피해가야 합니다.

모든것을 알면서부터

고통이 생겨났습니다.

조그만 마을이 있습니다.

우울한 마을입니다.

꼬마가 있습니다.

우울한 꼬마입니다.

우울함이 끝나는 날

우울함이 시작됩니다.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돌이키려 해도 돌이키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억지로 잊지 않습니다.

억지로 돌이키지 않습니다.

이미 채워진 곳에 다른것을 채웁니다.

조그만 마을이 있습니다.

우울한 마을입니다.

꼬마가 있습니다.

우울한 꼬마입니다.

우울함이 끝나는 날..

지팡이를 인정하는 시작입니다.

꼬마가 길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