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잎이 구릅니다.
타닥타닥타다닥...
은행잎이 구릅니다.
예쁘게 물든 노란 잎을 시샘한
심술쟁이 바람이
몸서리치듯 가지 새를 훓어
저 멀리 날려 버립니다.
행여나 돌아올까 봐서.
오늘은 바람이 붑니다.
땀에 절은 옷을 벗으며
무릎에 베인 핏자국을 봅니다.
넙죽 넙죽 절 할 때마다
따끔한 것이 잡념을 쫓기에 좋아 내버려두었더니
허물 벗어진 위로 피가 베어 나왔습니다.
노란 은행잎 마냥
빨갛게 물든 것도 가을인 듯 싶습니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도 하늘이 파랬습니다.
파란 하늘은 첫 기운을 맑게 하고
두 눈을 시리도록 행복하게 하여
온 몸을 간질이듯 절로 웃게 합니다.
이 커다란 행복을 놓치는 이 있을까 하여
아침부터 파란 하늘을 문자에 실어 보냅니다.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에서부터
내 마음이 닿는 사람까지.
잠깐이라도 망설여지는 이가 있다면
문자 대신 마음을 쏘아줍니다.
그래도 못 받는 이 있다면
하늘이 파랗던 노랗던
그 이 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타닥타닥타다닥...
은행잎이 구릅니다.
비질에 쫓겨 구를 때는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더니만
가을 바람 한숨에는
절로 구르며 깔깔거립니다.
궁금쟁이 선생님이
나무에게 묻습니다.
다른 이들은 춥다고 아우성인데
한 옷에 두 옷에 세 옷까지 걸치고 두르며 난리들인데
너는 어찌하여 더 벗기만 하니 했더니만,
니들은 두르고 걸칠 옷이라도 있지
내는 손 찔러 넣을 호주머니도 없어
추위마저 탈탈 털어 버린다 하더라.
타닥타닥타다닥...
은행잎이 구릅니다.
땅에 닿아 소리내는 것이
머리인지 다리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소리에 가슴까지 파랗게 물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