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이거 도대체 하루가 몇 시간이야?
달봉샘
2010. 5. 4. 22:55
이거 도대체 하루가 몇 시간이야?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면도하고
작은 고양이, 큰 고양이 바람 쇠어주고
기지개 한 번 쭈욱 펴고
커다란 걸레잡고 구석구석 닦아내고
물통에 물 받고 설거지하고 컵 닦고
사무실 한 바퀴 돌고 물칠하고
고개 한 번 돌려보면
물기젖은 손에 아이들 얼굴 대롱대롱 걸리니...
이놈보고 얘기하고
저놈보고 애기하고
이놈 저놈 한 몫에 얘기하고
이놈 말 들어주고
저놈 말 들어주고
이놈 저놈 한꺼번에 들어주면
째깍째깍 점심시간.
밥 먹고 설거지하고
상치우고 마루닦고
이놈 저놈 내미는 도시락
오냐 오냐 끄떡이고
이놈 저놈 청소하는 모양
오냐 오냐 등 떠밀다 보면
오후 시간
쿵꽝 쿵꽝 마루바닥
폴폴 먼지 비집으며
잡고 뛰고 뛰고 잡고
할 만하면 귀가 시간.
갈 놈 가고 있을 놈 있고
간식먹고 청소하고
띠 메주고 일어서고
한 놈 두 놈 토닥토닥
한 바퀴만 돌다보면
차 탈 시간.
자는 놈 일으키고
일어선 놈 앉히고
바이 바이 손 흔들며
돌아서면 6시.
전화하고 청소하고
이것 저것 만져보고
선생님들 인사하고
대문닫고 글 쓰고
하품하면 12시.
눈 뜨면 아이들이 보이고
아이들이 가면 밤이 오고
밤이 오면 12시.
눈 감으면 어제
고개 들면 오늘
기지게 한 번에 하루가 후딱
이거 어디 무서워서
기지개를 할 수가 있나...
눈 앞에 아침두고
잠시 앉은 저녁시간
짧다 짧다 새끼 손가락보다 짧지만
짧다 짧다 몽땅 연필보다 짧지만
그래도 빙긋이 웃음나는 이유는
이거 도대체
하루가 왜 이리 행복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