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 2010. 5. 4. 22:40

열 손가락 중에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열 손가락 중에

미운털 박힌 손가락, 꼭 하나 있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돌려 보고 눈 감고 봐도

요리 조리 골라가며

눈 앞에 성성한 녀석 하나 있습니다.

앉으라 하면 앉지 않고

불러도 대답 없고

두 번 세 번 부를 때에

친구들이 등짝 밀어 돌려대야 쳐다보고

이리오라 얘기하면

쭈삣 쭈삣 올 생각을 안 하고

두 번 세 번 오라해야

거북이 첫걸을 떨어지고

온갖 장난 몽땅 몰아

제 녀석만 가진듯이

선생님 품 안에 올 때까지

별의 별 장난을 다합니다.

쪼르르 달려 와 고자질하는 아이들이

한결같이 똑 같이 얘기하는 이름

바로 그 이름

친구가 좋아서 툭 툭 치고

좋은 나머지 더욱 툭 툭 치고

그것은 좋다는 몸짓이 아니다 말해도

그때에만 끄떡 뜨떡

고개질이 끝나기도 전에

툭 툭 치고 또 다시 치고

몰라서 그러면 밉지도 않다고

알면서 하는 놈이 더욱 밉상이라

웃는 얼굴 성내지 못한다 하지만

미운 털 박힌놈이 잘못하고 웃으면

성에 성을 보태어 울화가 치미는데

미운녀석 손 붙잡고

말 없이 바라 볼 때

네 녀석을 모르는

나란 선생 미안하고

네 녀석이

내가 선생인 걸 알게 하여 고맙고

전날 받은 꿀밤나무

이마위에 볼록해도

아침마다 품에 안겨

뽀뽀하는 그 녀석은

아마도 분명히

하늘에서 내려 온

좋은 선생 만들어 주는

꾸러기 천사가 분명할 터!

열 손가락 중에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열 손가락 중에

숨은 날개 펄럭이는 손가락, 꼭 하나 있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돌려 보고 눈 감고 봐도

요리 조리 골라가며

눈 앞에 살아있는 천사 하나 있습니다

천사는 반드시 착하고

천사는 반드시 예쁜짓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천사가 가르쳐 준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