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놀이
"..자유놀이 시간이다.."
"와......"
자유놀이를 합니다.
날씬한 나무블럭 차곡 차곡 쌓여 있어도
빨강, 연두, 노랑색의 큼지막한 블럭 손을 내밀어도
데롱데롱 달린 형형색색의 탱탱공 두 눈에 가득 들이차도
멋들어진 장난감 체육실 가득 혀를 내 두르게 한다해도
우리네 아이들 손 마주 잡은 두 손이 반갑습니다.
너무나 멋진 장난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도 두드려 보고
이리저리 손을 내밀어도 손은 두개밖에 없는것을..
이것도 내것.. 저것도 내것..
모두가 내것이 되어야 재미 있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의 마주잡은 손에서
차가운 장난감이 아닌 따뜻한 체온에서 배우는 시간입니다.
의자에 줄을 달아 자동차 놀이 해 보고
천정 기둥에 동아줄 메어 그네도 따 보고
매트에 드러누워 날으는 양탄자 흉내를 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없는 체육실에서
장난감은 더 이상 재미없는 친구가 됩니다.
머리가 똑똑해진다는 장난감
상상력을 키워준다는 장난감
각양각색의 휘황찬란한 장난감 속에서
살아있는 인형을 훔쳐 냅니다.
"놀이터에 갈 사람!!"
"저요..저요.."
조그마한 언덕을 오르면 세로 나무가 삐쭉거리는
나무 동산이 있습니다.
"선생님..차 드세요"
흙냄새 진동하는 걸죽한 차도 한 잔 마시고
"아빠.. 진지 잡수세요"
돌멩이 숫가락으로 긁적여 보는 황토흙이 정말 누런 쌀 밥 같습니다.
가시나무 가시를 떼어다 침을 발라 콧등에 붙이면
코뿔소 한 마리, 코뿔소 두 마리..
코뿔소 가족이 신나는 소풍길에 오릅니다.
"선생님.. 이리 와 보세요"
작은 나무들을 돌아 비스듬한 오두막에 오릅니다.
"저기 봐요..멋지죠?"
옥길동 언덕이 보이고 회관의 넓다란 등판도 보이고
덜덜거리며 달리는 경운기도 보이고
동네 강아지 짖어 대는 요란한 모습속에 구부정한 할머니 마실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음.. 정말 멋진데?"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무럭 무럭 피어나는.."
절로 노래가 나오고
아는 노래, 모르는 노래 함께 부르다 보면
꼬로록 꼬로록 뱃고동 소리가 울립니다.
"선생님..배 고파요"
"얘들아..점심 먹으러 가자.."
".. 오늘의 반찬은 뭘까?"
팔뚝에 어깨죽지에 함께 가자 붙드는 도깨비 풀 떼어 내고
톡톡 엉덩이 두드리는 흙먼지 돌려 주고
아이들 구멍난 바지 손가락을 살짝 넣어 볼 때
예쁜 장난감
값비싼 장난감
흙먼지 타고 멀리 멀리 날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