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졸업 사진

달봉샘 2010. 5. 3. 22:25

졸업사진을 찍습니다..

"자.... 선생님 좀 쳐다보고..

야 이놈들아.. 장난하지 말고 선생님 좀 보라니까.

아이 참.. V 자는 왜 그렇게 많이들 만들어?

졸업사진 찍는데 그건 왜 하는 거니?

좀 의젓하게 해 봐.. 이렇게 말야."

"선생님.. 재미있게 찍어요.. "

"그래요.. 멋있게 찍어요.."

그러네요..

두 손 모으고 살짝 미소지으며

모두가 똑같이 사진을 찍는다면

누구 누구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에도 한참이나 걸리겠네요.

그리고 그것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네요

"좋아.. 그럼 마음대로 찍어 봐

자..그럼 찍는다.. 하나 두울 세엣!"

찰칵!!

네모난 사진기 안에서

아이들의 얼굴을 봅니다.

장난꾸러기, 개구쟁이, 심술쟁이, 울보...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언덕으로 달음박질하는 녀석을 잡으러 가던 때도 있었죠

무엇이 그리도 신이 나는지

한참이나 달리기를 하고서야

아무렇게나 팽개친 가방을 줏어 들고 오던

녀석들이 생각납니다.

이웃집 할아버지 무덤가에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할머니한테 혼이 나던 때도 있었죠

아랫집 할머니네

염소 할아버지를 보기 위해

100명이나 되는 녀석들이

내 달릴 때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지요.

염소가 스트래스를 받아서

염소 우리를 저 만큼 밑으로 옮겨 놓아서야

아이들은 다른 놀이를 찾곤 하였지요.

제멋대로 행동하는 녀석들

골려 먹을 작정으로

수업중에 가방을 들려 집에 가라고 하였더니

안녕히 계세요 인사도 없이

어깨동무 내 동무하며 길을 가던 녀석들

집이 어디있지

여기서 얼마나 먼지도 모르면서

버스를 타야 한다는 둥

조금만 걸어 가면 된다는 둥

배고프니까 가계에서 뭘 사 먹자는 둥

돈도 없는 녀석들이

길도 모르는 녀석들이

똘랑 똘랑 걸어 가던 길을

헐레벌떡 쫓아가던 때도 있었지요.

사진속 조그마한 상자속에

그 심술쟁이, 말썽꾸러기, 장난쟁이 녀석들이

그득 그득 한 곳에 담겨 있습니다.

"선생님.. 졸업 할려면 몇밤 자야되요?

열밤? 열 한밤?"

"졸업하는 것이 그렇게도 좋으냐?"

"예..학교에 가잖아요.. "

"음..선생님이랑 헤어지는게 그렇게 좋은 모양이지?"

"에이.. 편지쓰면 되잖아요"

입이 삐죽거립니다.

얄미운 녀석

누가 그걸 모르나..

하룻밤이 꼴딱 넘어 갈 때마다

성큼 다가서는 졸업식이 못내 많이 아쉽습니다.

한번이라도 더 안아 주고 싶어서

두 손을 끌며 가슴으로 안을라 치면

머리카락을 흔들어 대며

어깨위로

다리 밑으로

장난이 당겨집니다.

서른다섯명의 아이들입니다.

올해 졸업을 하는 녀석들입니다.

여섯번의 졸업식 중에서

졸업생이 가장 많은 올해이기도 합니다.

여섯번의 졸업식 중에서

또 다시 처음같은 올해이기도 합니다.

머리맡에 놓여진 출석부를 보면서

서른 다섯명의 아이들을 불러 봅니다.

서른 다섯번을 부르기도 전에

또 하룻밤이 꼴딱 넘어 갑니다.

" 선생님.. 이제 몇밤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