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좋은 그릇 나쁜 그릇

달봉샘 2010. 5. 4. 23:54

"선생님, 제가 나 꼬집었어요!"

"네가 먼저 나한테 신경질 냈잖아"

"네가 먼저 때렸잖아"

"이리 와 봐라, 이 놈들!"

"선생님, 제가 나보고 화 내요"

"제가 가방을 아무렇게나 놓고 가잖아요"

"그러면 좋게 말해야지, 왜 화를 내?"

"화나니까 그러지"

"이리 와 봐라, 이 놈들!"

동그랗게 앉습니다.

"선생님 기분이 좋아보이냐? 안 좋아보이냐?"

"안 좋아보여요"

"왜 그런 것 같은데?"

"안 웃잖아요"

"이놈아! 선생님이 그럼 계속 웃고 있어야 되냐?

선생님이 무슨 달봉이냐?"

"히히히"

"선생님이 할 말이 있다"

"무슨 말이요?"

"잘 들어 봐"

싱글생글 웃습니다.

방긋방긋 웃음꽃을 답니다.

찡끗찡끗 눈웃음도 짓습니다.

'선생님이 갑자기 왜 저러지?'

우산꼭지같은 물음표를 달고 쳐다보는 녀석들.

"옆으로 좀 가 줄래? 내 자리가 좁거든"

갑자기 송충이 같은 눈썹이 씰룩거립니다.

갑자기 얼굴에 고구마밭 고랑이 생깁니다.

갑자기 얼굴에 화가 가득합니다.

"옆으로 좀 가! 내가 좁잖아!"

소리를 빽- 지릅니다.

아이들이 깜짝 놀랍니다.

"자- 잘 봤지?"

"그게 뭐에요?"

"똑같은 말을 다른 표정, 다른 얼굴로 말한거야.

어떤 얼굴이 좋아? 어떤 얼굴이 싫어?"

"첫번째 얼굴이 좋아요"

"두번째 얼굴이 싫어요"

"그렇지? 중요한 이야기이니까

귀를 당나귀귀처럼 크게 해서 잘 들어야 해.

선생님이 설거지하면서 알게 된건데

우리의 마음에는 그릇들이 많이 있어.

그 그릇들은 말을 담는 그릇들이야.

그릇에는 좋은 그릇과 나쁜 그릇이 있어.

좋은 그릇은 설거지한 그릇처럼

깨끗하고 반짝 반짝 빛이 나지.

나쁜 그릇은 설거지 안한 그릇처럼

더럽고 음식 찌꺼기도 많이 붙어 있어.

너희들은 어떤 그릇을 쓰고 싶니?"

"좋은 그릇이요"

"그래. 누구나 다 좋은 그릇을 쓰고 싶어 해.

그런데, 화가 나면 아무 그릇에나 말을 담게 돼.

화가 나면 더럽고 냄새나는 그릇에다 말을 담게 돼.

똑 같은 말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다른거야.

많은 친구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화가 날 때도 있어.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좋은 그릇에다 말을 담아야 해.

그래야 너희들 말을 그 친구가 잘 알 수 있는거야.

말을 담는 그릇이 더러우면 말은 보이지 않고

더러운 그릇만 보게 되거든"

"..............."

"너희들의 소중한 말... 좋은 그릇에다 담았으면 좋겠어.

선생님 생각이야. 어때?"

"좋아요!"

"그래, 그럼, 시작하기 전에 다 같이 한 번 말해볼까?"

"좋은 친구를 얻으려면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야 한다!"

"다시, 큰 소리로!'

"좋은 친구를 얻으려면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야 한다!!"

"좋아, 그럼, 좋은 그릇에 좋은 기분을 담고 몸 놀이 시작해 볼까?"

"네!!"

아마도 우리네 어머님들은

그릇을 더 많이 사용하시니

더 잘 아시겠죠?

수염 덥수룩한 남자 선생님.

아이들 반찬통 닦다가 알게 된 것인데

아마도 우리네 어머님들은

벌써 알고 계시겠죠?

매일 매일 깨끗이 설거지 하시니 더 잘 아실꺼에요.

가끔씩 잊어 버릴만하면

설거지를 해 보세요.

그럼 또렷이 다시 떠 오를테니까요.

그래서 선생님은

오늘도 설거지를 열심히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