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독
방문을 열면
세모 등을 세워 기지게 펴는 찐득이
풀 붙은 눈으로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냐옹!
발등에 올라타는 녀석 툭 쳐서 굴려 놓고
겨드랑이 들어 아침을 여는 소리
옥길동의 아침 기운에 중독되다!
부릉 부릉 부릉
버스 똥구멍 바람 세는 소리에
쫑알 쫑알 아이들 아침찧는 소리
실내화 뱉어 내는 신발장에
아이들 발 냄새에 중독되다!
"선생님!"
이마에 볼에 척척 발라대는
침으로 세수하는 아침인사에,
아이들 두 손모아 뽕짚하는
뽀뽀쟁이 희망이 도망가는 엉덩이에,
키 작은 아이들 천정뚫는 목소리에 중독되다!
"선생님, 있잖아요. 우리 엄마가요..."
"선생님, 제가요. 아까부터..."
"선생님, 선생님. 화장실 갔다 올께요"
"선생님, 심심해요.."
"선생님, 선생님. 히.. 그냥 불러 봤어요"
두 개의 귀에
열 개도 넘는 입들이 달라 붙어
웅성 웅성 머릿 속에
잔뜩 그린 아이들 세상에 중독되다!
잘 먹겠습니다!
냠냠 쿵쾅 히히 냠냠
입술 옆에 밥풀 하나
배꼽 위에 밥풀 하나
무릎 옆에 밥풀 하나
양말 위에 밥풀 하나
입술에 붙은 건 친구 주고
배꼽에 붙은 건 선생님 주고
무릎에 붙은 건 슥삭 문지르고
양말에 붙은 건 찐득이 주고
잘 먹었습니다!
볼록 배 두드리며 소금으로 양치하고
가르르 물거품 쏟아내는 배 부른 오후에 중독되다!
갸우뚱 머리에 들쑥날쑥 어깨에
빙글뱅글 두 팔에 흔들흔들 허리에
찰랑찰랑 흔들리는 몸짓 손짓 발짓
웃음으로 화장하고 사랑으로 치장하고
행복으로 옷을입고 나눔으로 뽐을 내는
줄 자없이 재단하는 재단 솜씨에 중독되다!
토닥토닥 두드리고 가슴으로 두드리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마음열어 인사하고
실룩샐룩 궁뎅이 먼지 털며 돌아서고
컹컹컹 하늘이 머리위로 방귀뀌고
오는 길 가는 길 파란 하늘 길을 깔아
오늘도 어제같은 희망에 중독되다!
뻐꾹뻐꾹 뻐꾸기 시계소리
꾸뻑꾸뻑 뻐꾸기 조는소리
검은 밤에 태엽감아 머리맡에 올려두면
사르르 사르르 내일 오는 소리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 소리
베시시 웃으며 깊은 잠에 중독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