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 2010. 5. 4. 22:47

방문을 열면

세모 등을 세워 기지게 펴는 찐득이

풀 붙은 눈으로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냐옹!

발등에 올라타는 녀석 툭 쳐서 굴려 놓고

겨드랑이 들어 아침을 여는 소리

옥길동의 아침 기운에 중독되다!

부릉 부릉 부릉

버스 똥구멍 바람 세는 소리에

쫑알 쫑알 아이들 아침찧는 소리

실내화 뱉어 내는 신발장에

아이들 발 냄새에 중독되다!

"선생님!"

이마에 볼에 척척 발라대는

침으로 세수하는 아침인사에,

아이들 두 손모아 뽕짚하는

뽀뽀쟁이 희망이 도망가는 엉덩이에,

키 작은 아이들 천정뚫는 목소리에 중독되다!

"선생님, 있잖아요. 우리 엄마가요..."

"선생님, 제가요. 아까부터..."

"선생님, 선생님. 화장실 갔다 올께요"

"선생님, 심심해요.."

"선생님, 선생님. 히.. 그냥 불러 봤어요"

두 개의 귀에

열 개도 넘는 입들이 달라 붙어

웅성 웅성 머릿 속에

잔뜩 그린 아이들 세상에 중독되다!

잘 먹겠습니다!

냠냠 쿵쾅 히히 냠냠

입술 옆에 밥풀 하나

배꼽 위에 밥풀 하나

무릎 옆에 밥풀 하나

양말 위에 밥풀 하나

입술에 붙은 건 친구 주고

배꼽에 붙은 건 선생님 주고

무릎에 붙은 건 슥삭 문지르고

양말에 붙은 건 찐득이 주고

잘 먹었습니다!

볼록 배 두드리며 소금으로 양치하고

가르르 물거품 쏟아내는 배 부른 오후에 중독되다!

갸우뚱 머리에 들쑥날쑥 어깨에

빙글뱅글 두 팔에 흔들흔들 허리에

찰랑찰랑 흔들리는 몸짓 손짓 발짓

웃음으로 화장하고 사랑으로 치장하고

행복으로 옷을입고 나눔으로 뽐을 내는

줄 자없이 재단하는 재단 솜씨에 중독되다!

토닥토닥 두드리고 가슴으로 두드리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마음열어 인사하고

실룩샐룩 궁뎅이 먼지 털며 돌아서고

컹컹컹 하늘이 머리위로 방귀뀌고

오는 길 가는 길 파란 하늘 길을 깔아

오늘도 어제같은 희망에 중독되다!

뻐꾹뻐꾹 뻐꾸기 시계소리

꾸뻑꾸뻑 뻐꾸기 조는소리

검은 밤에 태엽감아 머리맡에 올려두면

사르르 사르르 내일 오는 소리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 소리

베시시 웃으며 깊은 잠에 중독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