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 2010. 5. 4. 22:44

.. "선생님..괜찮으세요?"

일곱 살 지민입니다.

걱정 가득 얼굴 반

장난 숨긴 얼굴 반

고개만 끄떡 끄떡합니다.

눈치만 살 살..

"운동회 준비물 갖고 놀아도 되요?"

"안돼!!"

"말하네?"

커다란 눈 남겨놓고 꼬리를 감추는 지민이.

어제 있었던 견학에서 그만 감기를 달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의 훌쩍 거리는 콧물을 아이들이 눈치 챈 모양입니다.

운동회를 한 답시고

새로 산 훌라후프, 탱탱볼, 리본달린 막대기..

연습할 때만 살짝 잡아보는 것이 영 아쉬운가 봅니다.

"운동회 끝나면 실컷 갖고 놀 수 있으니 그때까지만 참아라!!"

질경이반에서는 축구 연습이 한창입니다.

민들레반과의 축구시합을 앞두고

남자 친구들이 얼굴이 축구공이 되도록 축구만 합니다.

축구 골대도 새로 생겼으니

설령 운동회가 아니더라도

가방을 던져 놓기가 무섭게 공 부터 꺼낼 녀석들입니다.

갑자기 감기에 걸린 선생님.

코멩멩이 소리에 기침이 콜록콜록

마스크를 하고 나타났습니다.

"선생님..턱에 있는거 뭐에요?"

선생님이 뭐만 했다하면 시비거는 녀석이 있습니다.

"마스크다"

"마스크를 왜 했어요?"

"감기 걸려서 했다"

"감기 걸리면 마스크 해야 되요?"

"안 해도 된다. 하지만 그 대신 선생님 감기 네가 다 가져가라"

"그럼.. 마스크 계속 하세요"

되도록 말은 적게,되도록 천천히

침을 꼴깍 꼴깍 삼킵니다.

참으로 요상한 것이 운동회 때만 되면 몸이 아픕니다.

작년 운동회 때는 허리를 삐끗.

제 작년 운동회 때는 편도가 붓고.

이번에는 감기에 걸렸으니..

이것도 징크스라면 징크스일까..

늘상 이러한 잔병을 달고 행사를 치루지만

잔병 덕인지 행사는 언제나 신바람 가득입니다.

따지고 보면 내게도 몇 개의 징크스가 있습니다.

조금 무서운 소리이긴 해도

아이들하고 캠프를 가면 2년에 한 번 꼴로

좋지 않은 일이 생깁니다. 그것도 가까운 가족에게..

몸을 많이 쓰는 행사를 앞두고는

몸에 이상이 자주 생기고

목소리를 많이 쓰는 행사를 앞두고는

항상 편도가 부어 오릅니다.

몸을 혹사시키는 것도 목소리를 더 많이 쓰는것도 아닌데

꼭 행사때면 나타나는 잔병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잔병들이 행사를 잘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참 별 생각을 다합니다.

"뭐해?"

볍씨반 우경이입니다.

"그냥 있다"

"왜 그냥 있어?"

"아직도 반말이냐?"

"응"

"말하기 싫다."

"왜?"

"목이 아파서.."

"목이 왜 아파?"

"감기에 걸려서.."

"그럼 뭐 할껀데?"

"그냥 가만히 있을꺼다"

"그럼 심심하잖아"

"네가 심심하지 나는 하나도 심심하지 않다"

허리를 잡고 메달리는 녀석..

"선생님도 아플 때 있다. 아플때는 장난도 쉬는거다"

"나는 그러기 싫은데.."

"나는 그러고 싶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랑 놀아라"

"나는 네가 좋은데.."

"이놈이...선생님한테.."

"히히히.. 거 봐. .장난하면서..."

아이들만 나타나면 잔병도 도망가나 봅니다.

손가락을 꼽습니다.

두 밤 남았다.

운동회를 하려면.. 두 밤!

체조를 하면서도 이렇쿵 저렇쿵

맘에 안든다. 이렇게 하자..

제 멋대로 체조를 바꿔 버리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이 있어 운동회가 더욱더 즐거운지 모르겠습니다.

내게 가장 큰 징크스는 바로 이러한 아이들인 모양입니다.

1년 12달 징크스에 빠져 살고 싶습니다.

오늘은 쓸데없는 징크스 생각에 달밤에 쿡쿡 웃어 봅니다.

콜록 콜록 때때로 기침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