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짜장면 짜장면 짜장면
짜장면을 외면서 옥길동 언덕을 오릅니다.
아이들이 마음에 세겨 준 글
YMCA가 만들어 준 책
'희망일기'가 따끈따끈한 책으로 옮겨 졌습니다.
퀵서비스 아저씨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책 배달 중이라고...
축구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은 보고 싶은데
수업 시간은 다가오고...
아이들을 기다리다 말고
오토바이 소리에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하얀 책 뭉치를 든 오토바이 아저씨.
엘리베이터를 타는 아저씨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릅니다.
두근 두근 두근...
'저걸까?"
아저씨의 팔에 걸린 책 뭉치를 쳐다 봅니다.
"혹시 ymca 가는 길이세요?"
"네"
"제가 김창욱이라고 하는데..혹시.. 저 찾으러..."
"아..예... 여기서 만나네요.. 맞아요!"
손에 든 뭉치를 건네 받으며 입이 절로 벌어집니다.
한 손엔 책을 들고 한 손엔 연습용 유니폼을 들고
구름위를 둥둥 떠 다니듯 몽실몽실 걷습니다.
"라빈아! 이거 무슨 책인지 아니?"
"무슨 책인데요?"
가지가지 색깔머리에 뒷 머리를 당겨 묶은 라빈이
작년엔 질경이반 올해는 슛돌이반
"여기 봐봐.. 선생님 이름있지? 선생님이 쓴 책이야.. 히히히.."
"선생님이 쓴 책을 왜 선생님이 읽어요? 다른 사람이 읽어야지."
"그건... 너무 좋아서... 히히히.."
"우히히..선생님.. 웃긴다!"
집입니다.
아버지가 살고 계신 집.
기침소리와 함께 아버지 함께 오십니다.
"아버지.. 식사 하셨어요?"
손가락으로 책을 만지작 만지작.
"안 했다.. 너는?"
"아버지..저..책 나왔어요.."
"뭐냐? 책?.. 많이 팔리겠냐?"
대뜸 팔리는 걱정부터 하시는 아버지십니다.
"책 팔라고 글 썼나요? 쓰고 싶어 썼지요"
"책 낼라면 돈이 많이 들텐데.."
"제가 돈 낸거 아니에요. 출판사에서 책을 내 준거에요"
"거참.. 어디... "
돗보기를 끼시는 아버지
"거참.. 말도 아이네..."
아버지.. 할 말 없으실 때 자주 하시는 말씀이십니다.
"짜장면 시켜라. 밥 먹자!'
아버지께서 짜장면을 사 주십니다.
역시.. 기쁠 때는 언제고 짜장면을 사 주십니다.
짜장면이 왔습니다.
"요즘에는 만두도 돈 받냐?"
"옛날에도 받았어요"
일요일이면 가끔씩 시켜 먹는 짜장면
일요일에는 배가 고파먹지만
오늘은 맛이 좋아 먹습니다.
아버지께서 사 주신 짜장면.
아버지께서 사 주신 짜장면에는
아마도 자식사랑 사랑가루가 뿌려져 있을 겁니다.
갑자기 볼펜과 노트를 꺼내십니다.
그리고선 다시 짜장면을 드시는 아버지.
나중에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텔레비전을 보고서야.
"로또복권 추첨이 있겠습니다!"
아버지.. 열심히 받아 적으십니다.
"아버지, 아직도 로또복권 사세요? 돈 생기면 뭐하시게요?"
"쉴려고 그런다"
"지금이라도 쉬시면 되잖아요"
"이놈아. 그래도 아버지가 너보다 많이 번다!"
할 말 없습니다.
짜장면을 치웁니다.
약봉지를 꺼내십니다.
"어디..편찮으세요?"
"감기다!"
"저도.. 감기 걸렸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사이좋게 나란히 짜장면을 먹고
사이좋게 나란히 감기약을 먹습니다.
혼자 사는 아버지와 혼자 사는 큰 아들이.
"아버지.. 주무세요. 또 올께요"
아버지. 책을 읽으시다 말고 말씀하십니다.
"그래. 문은 내가 잠글게.. 그냥 가라."
"예..그냥 갈께요"
책 읽으시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집을 나섭니다.
"거참.. 얄궂다."
집을 나서며 중얼 중얼 욉니다.
짜장면 짜장면 짜장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우리 아버지께서 사 주시는 짜장면입니다.
짜장면 짜장면 짜장면
오늘은 행복으로 배 부른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