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득이의 탈출!
찐득아!
찐득아!!!!!
쩝 쩝 소리만 들려도 냐- 옹 나타나서 등을 고추세워 비벼대던 야옹이
사무실을 가로지르며 이리 저리 공을 몰고 가던 축구선수 고양이
이- 놈 하고 소리치면 쏜살같이 도망치다 보기좋게 벽에 박치기를 하던 찐득이..
찐득이가 없어졌습니다..
냐-옹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어디갔지?
이 녀석이 또 사무실 캐비넷에 들어 갔나?
캐니넷에 없습니다.
벽에 붙여 놓은 의자 뒤에 갇혔나?
의자 뒤에 없습니다.
폴짝 폴짝 사무실 다락 계단을 오르 내리던 그 날렵한 모습이 없습니다.
혹시... 또.. .끈적이에?
쥐를 잡으려고 놓아 두었던 쥐 끈끈이가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건물 천정 위로 하늘과 땅 사이에
회관 바닥만한 공간이 있는 것이 생각납니다..
몇 개월전에 찐득이가 오기 전에
쥐돌이, 쥐순이가 소풍을 왔던 날에
이놈들 혼나봐라, 하나 던져 주었던 생각이 납니다.
앗.. 혹시.. 그 끈끈이에 붙어서 못 나오는 것은 아닐까?
사무실 다락에 올라 좁은 틈에 머리를 비집고 전등을 켭니다.
먼지만 수북한 잡아 놓은 끈끈이가 보입니다.
아닌데.. 아닌데...
그래도 혹시 몰라 끈끈이 위로 이면지를 던져 둡니다..
혹시나 이녀석이 또 밟지나 않을까...
어디갔을까?
분명 일요일 한 낮까지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모습을 보았는데..
저녁 달라고 졸 졸 쫓아다니던 모습이 생각나는데..
아이들이 가고 난 뒤 복도 천정을 떼고 천정 위로 머리를 넣습니다..
"고양아.. .고양아...."
수북한 먼지만 일어났다 눕습니다.
회관에 온 첫날 밤에 선생님 밤 잠을 훔쳐 갔던 녀석
삼일 밤 낮으로 먹지도 자지도 않아 애를 태우던 녀석
자정이 다 된 시간 10여분을 달려 겨우 마련한 참치밥에
꿀꺽 꿀꺽 눈물밥을 먹던 녀석
쥐 끈끈이에 붙어서 쥐서방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녀석
불러도 오지 않고 이 눈치 저 눈치 눈치만 보던 녀석이지만
아이들의 사랑에 선생님들의 귀여움에
언제나 늘어지는 하품을 쏟아주던 고양이
어디갔을까?
어디갔을까?
아직 어려서 밖에 나가면 혼자 살지 못할텐데...
바보같이 나오지 못하는 곳에 들어가서 고생 고생하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탈출이라도 했다면... 그것이 정말이라면...
차라리 이- 놈하고 말텐데...
밉상맞던 녀석.. 없으니 너무나 그립습니다..
고약한 녀석.. 없으니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사무실에 왔다가 갸우뚱 갸우뚱 나가는 아이들 뒷모습에
찐득이의 냐- 옹 소리가 묻어 납니다..
이제는 놀리지 않을께.. 장난하지 않을께..
돌아와라.. .돌아와라.. 보고싶은 고양아...
컴컴한 회관 현관에 앉아 청승맞은 고양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