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책 선생님

달봉샘 2010. 5. 4. 23:32

"선생님! 밥 다 먹었어요! 나가서 놀아도 되요?"

"할 일 했니?"

"아참.. 그렇지!!"

질경이반 녀석들에게는

매일 매일 하는 일이 한 가지씩 있습니다.

친구들이 마시는 물컵을 닦는 녀석

친구들이 손 닦는 수건을 갈아 끼우는 녀석

남자 친구들 소변기에 손 씻은 물 끼얹는 녀석

문 열고 응아 한 친구들 응아 치우는 녀석

→보충설명: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대부분 문을 열어 놓고 응아합니다. 화장실 문 닫아주는 것도 선생님 일이지요. 앉아서 소변을 본 경우에는 소변기 물이 노란 단풍잎처럼 진해질 경우에만 물을 내리기 때문에 가끔가다가 응아하고도 물 안 내리고 가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양칫컵, 칫솔 햇볕에 말리는 녀석.

책방, 책 정리하는 녀석.

흐뜨러진 어른 실내화 정리하는 녀석.

→보충설명: 볍씨 형아들이 화장실 간다고 어른 실내화를 신고 들어와서는 그냥 벗어놓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줍는 녀석

(도대체 쓰레기가 어디서 나오는 거지??")

놀기만 하는 녀석들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할 것은 다 하고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일 한가지가 생겼습니다.

다름아닌 책 선생님!

책 선생님이 뭐지?

한 달전 달력으로 돌아갑니다.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이 부산스럽습니다.

밥 먹는 녀석, 밥 먹다 말고 놀이하는 녀석

놀이하는 녀석 쳐다보는 녀석

멍 하니 명상에 잠긴 녀석

밥알을 하나씩 세고 앉아 있는 녀석

양치하는 녀석, 양칫컵으로 장난하는 녀석

화장실 가는 녀석, 괜히 왔다 갔다 하는 녀석.

그런 녀석들 가운데 다섯 살 꽃다지반 녀석들이 있습니다.

다섯 살 꽃다지반 녀석들은

밥을 먹고 양치까지 하고 나면

책방으로 나옵니다.

얌전히 앉아서 책을 보는 녀석도 있는 반면

책만 꺼내는 녀석, 책 쌓아서 의자 만드는 녀석.

책으로 기차 만드는 녀석, 책으로 도미노 놀이하는 녀석

괜시리 책에게 화풀이 하는 녀석, 책 속에 숨는 녀석

책상밑에 숨어서 숨바꼭질 하는 녀석.

별의 별 녀석들이 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들이 매일 매일 몸살을 앓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형들이 오리입을 하고 달려 옵니다.

"선생님! 동생들이 책을 자꾸 쏟아 놔요!!"

"책이 장난감인줄 아나봐요!"

그래서 새롭게 생겨난 것이 책 선생님!

책 선생님은 밥을 제일 먼저 먹습니다.

밥 먹고 양치하고 나면 부리나케 책방으로 달려 갑니다.

꽃다지반 녀석들 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꽃다지반 녀석들이 하나 둘씩 나오면 한 명씩 달라 붙습니다.

참고로 책 선생님은 하루에 세 명씩 번갈아 가며 합니다.

"책은 이렇게 보는거야!", "책을 봤으면 꽂아야지."

"책은 장남감이 아니야." "뛰어 놀려면 밖에 나가서 놀아라!"

별의별 훈수를 다 하며 꽃다지반 녀석들 수발을 듭니다.

가끔가다 여섯 살, 일곱 살 친구들이 책을 보러 오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꽃다지반 녀석들이 모두 교실로 들어 갈 때까지

책 선생님은 책 방에서 책을 지킵니다.

따뜻한 햇볕쬐며 바깥놀이도 못 하고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못 하지만

책 선생님들은 굉장히 행복 해 보입니다.

궁금합니다.

무엇이 그렇게 행복하게 할까?

점심시간.

오늘도 여지없이 책 선생님들을 임명합니다.

책 선생님 할 사람!!

"저요! 저요!"

질경이반 녀석들의 번쩍 든 손바닥 안에

얌전히 앉아서 책을 보는

꽃다지반 녀석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