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와 장미
알록달록 코스모스 수줍게 핀 조그만 화단에
커다랗고 새빨간 장미 한 송이
"어? 넌 누구니?"
"나를 모르니? 난 정열의 꽃, 장미란다."
"장미?"
"그래.. 불쌍하게도 나를 모르는 모양이구나.
난 네가 보는 것처럼 보기에도 강렬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
아름답기에 나의 아름다움을 시기하거나 탐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그래서 난 줄기에 이렇듯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함부로 꺾지 못하도록.."
장미는 코스모스의 가느다란 줄기를 애처로운 듯 쳐다보며 말합니다.
"난 새빨간 꽃몽우리로 화단 전체를 화사하게 만든단다..
장미꽃이 만발할때면 다른 꽃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지.
우리의 화려하고 강렬한 모습에 눈을 뜰 수 없으니까..."
장미는 날카로운 가시를 추겨들며 의시댑니다.
"그렇구나. 넌 참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구나"
"그래. 맞아. 이제야 나를 알아보는구나.
난 꽃중의 꽃 장미란다.
그래서 사람들은 6월을 대표하는 꽃으로
나를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단다."
장미는 더욱 의기양양해져서
꽃몽우리를 더욱 크게 펼칩니다.
"그런데 말야..."
"뭐? 나에 대해서 또 뭐 궁금한게 있니?
있으면 말해 봐. 내가 다 말해줄테니..."
코스모스는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그런데 말야.. 넌 지금이 11월이라는 거 알고 있니?
이제 곧 겨울이 찾아오는 11월이라는 것 말야.."
"그게 뭐 어쨌다는거야?"
장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합니다.
"너는 6월의 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11월이야.
네가 아무리 예쁘고 화려한 꽃이라 하더라도
네가 피어야 할 때 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난 너처럼 화려하지도 강렬하지도 않지만
난 내가 피어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어.
지금은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이 아니라
작고 여린 코스모스의 계절이거든.."
장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새빨간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볼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좋고 세련된 것이라 하더라도
있어야 할 때 있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고 훌륭한 교육이라 할더라도
해야 할 때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옥길동 화단에는
때를 모르는 장미 여섯송이가 피어 있습니다.
옥길동 선생님들에게 보내는 작은 다짐처럼
가을의 꽃 코스모스와 나란히 피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