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 2010. 5. 4. 22:24

익숙해진다는 것..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익숙하지만 여전히 새롭다면

그것만큼 가슴 벅찬 것은 없습니다.

밤이 되면 밤의 소리들이 찾아 옵니다. 밤을 준비하는 소리, 익숙해진 소

리 그 자체로 밤이 되는 소리...

작은 창을 통해.. 비좁은 틈새를 비집고 그러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찾

아드는 밤의 기운은 좁은 방 가득 밤을 가져다 줍니다. 좁은 방 가득 밤

을 펼쳐 천정없는 하늘을 바라보도록 하고 막힘 없는 벽을 가져다 줍니

다. 좁은 방이 온전히 밤이 되는 순간입니다.

귀 기울이지 않아도 살아있는 심장소리 들을 수 있고 쿵덕 쿵덕 가슴위

로 풀벌레 톡 톡 튀는 울음이 있습니다. 시종 울어대는 녀석 앞뒤로

간간히 울어대는 녀석들이 보이지 않는 질서를 만들어 줍니다.

노래하는 아이들 책장을넘기듯 벌레들이 꼴깍 꼴깍 침 넘기는 순간의 정

적이, 가슴 속 절구질도 놀란 토끼마냥 잠시 쉬는 시간이면 들녘에 속삭

이는 목소리, '이것이 밤이란다...'

펑 뚫린 하늘위로 동그란 풍선 하나, 계수나무 실을 달아 띄워 둔 풍선

하나, 쫄래쫄래 발굼치엔 아기 별 하나, 검은바다 흘러가는 내 마음의 평

화..

오늘처럼 평온한 날이면 하늘가득 실을 풀어 풍선을 날립니다. 아무것도

들지 않아 가벼운 풍선, 아무것도 들지 않아 투명한 마음,비울수록 커지

는 풍선처럼 커질수록 가벼운 마음을 띄웁니다.

내 마음에 외로움 하나 있더랬습니다.

손으로 들어 낼 수 없는 돌멩이 하나 있더랬습니다.

밭일하러 나온 아이들과 땀 받으러 나온 부모님이

한낮을 열심히 일군 저녁나절에

조그만 꼬마 아기 옥길동에서 잠이 들었더랬습니다.

파리가 덮어주고 모기가 지켜보는 모기장에서

새근 새근 잠결에 심술맞은 여름이 찾아왔더랬습니다.

눈물 반 얼굴 반 작은 아이 품에 안고

얼르고 달래는 마음 있더랬습니다.

비지땀 훔쳐가며 돌아오는 부모님 보일 때까지

작은 아이 외로움 콩 콩 찧어 주었더랬습니다.

작은 아이 눈물 속에 씻기우고 말았더랬습니다.

작은 아이 돌아가는 빈 가슴에서

하늘 위로 뭉게 뭉게 풍선같은 마음 떠올랐더랬습니다.

외로움 씻기우고 돌멩이 씻기우고

작은 아이 실을 잡아 풍선 띄운 하늘처럼

마음띄워 하늘보는 평화로운 밤입니다.

오늘처럼 평화로운 하늘에는

오늘처럼 평온한 마음에는

실을 풀어 날려 보는 풍선 하나 있습니다.

실을 풀어 자유로운 마음 하나 있습니다.

물결 잠든 바다처럼 평화로운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