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하늘로 띄우는 편지

달봉샘 2010. 5. 4. 22:04

엄니..

엄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커버린 아들이

어머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어색한 아들이

엄니라고 수줍게 부르던 아들이

오늘은 '엄마'라고 부릅니다.

엄마..

막내에게 전화가 왔어요.

기숙사로 들어가겠다는거에요.

목소리 가득 아버지에 대한 불만으로

이제는 설겆이도 하기 싫고

이제는 청소도 하기 싫고

이제는 내가 왜 하냐고

이 집에서 왜 나만 이렇게 피곤하냐고

제가 뭐랬게요?

조금만 참으라 했어요.

한달만 참으라 했어요.

며칠전이에요.

아버지께서 다급하신 목소리로 저를 찾으셨어요.

집세를 내야 하는데.. 입금을 했는데..

잘못 입금을 하셨다고 돈이 모두 없어졌다고..

아버지는 입금증을 내미셨어요.

잘못 입금된 돈 보다는 사라진 돈이 어떻게 된거냐고..

아버지께서 내미신 것은

입금 영수증이 아니라 미처리 영수증이였어요.

늦은 시간 현금출납기에서

잘못 입력을 하셔서 오류가 났다는.

아버지께서 목숨처럼 생각하시는

모두가 자식들 것이라 말씀하시는

700만원이라는 돈은 통장에 고스란히 놓여 있었죠.

다행이다. 천만 다행이다.

그런데..

며칠전 막내가 통장에서 돈 30만원을 빼갔다고

아버지 통장, 도장을 가지고 다니길래

모른척 했더니 돈을 빼쓴다고..

필요하면 줄텐데 왜 말없이 빼가는지 괴씸하다고..

어머니.

막내가 취업이 되었어요.

어머니 자랑스러워 할 대기업에 다녀요.

저보다 월급이 두 배나 되는걸요.

그런데 그런 녀석이 아버지 돈을 가져갈 리 없어

제가 물었죠..

막내녀석.. 화를 내대요.

아버지께 말씀드렸다고..

교육 들어갔는데 지갑을 놓고가서

아버지 통장하고 도장만 가지고 있어서

말씀드리고 잠시 빌린 것이라고..

다음날 아버지 머리맡에 30만원을 내려놓고

회사에서 집으로 오지도 않더니

오늘은 덜렁 집을 나가겠다고 하네요.

아버지..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하셨다고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시지만

아버지가 걱정이에요.

막내가 분명히 말씀드렸다는데..

요즘 통 잘 잊으시니..

막내가 단단히 화가 났나봐요.

이제는 아버지를 위해 밥하기 싫다고

청소하기 싫다고 설겆이하기 싫다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네요.

형이... 아무것도 해 준것 없는 형이

막내에게 부탁을 했어요.

아버지 가슴에 상처를 남기지 말라고..

조금만 아니 한달만 참아 달라고..

엄마..

8월에는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가요.

아버지.. 환갑잔치도 못해드리고 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고 해요.

비행기를 한번도 타 보지 못하신 아버지께

아들이 비행기 한 번 태워드리고 싶어서요.

그런데..막내가 안 가려고 그래요.

단단히 심통이 났나봐요.

부모없는 자식없는데

아버지는 있는 그대로가 아버지인데.

엄마..

걱정마세요.

제가.. 제가 아버지 곁에 있을께요.

너무나 미워하던 아버지..

너무나 막무가내이시던 아버지..

이제는 아버지가 그리워요.

아버지 사랑이 눈물이 되요.

아버지 등쌀에 뛰쳐나간 세째에게 전화를 했어요.

막내를 잘 다독여 달라구요.

오빠를 믿으라구요.

엄마 남겨주신 가족을 반드시 지키겠다구요.

기억하시죠?

엄마의 자랑스런 장남은

엄마가 남겨주신 자랑스런 모습으로

언제나 행복함을 믿으시죠?

제가 아버지 빨래 할께요.

제가 설겆이 하고 제가 청소할께요.

엄마 계시지 않아도

열심히 재미있게 사는 모습 보여드릴께요.

그런데..엄마..

오늘따라 엄마 생각이 많이 나네요.

'창욱아'하고 부르시던 목소리가 생각나네요.

백열등 아래서 추위에 졸고 계시던 모습이 생생하네요.

오늘만 딱 한 번만

엄마 돌아가셨을 적에도 꾹 참았던

눈물을 만날께요.

그리고..내일부터는 아버지께 달려갈께요.

아버지... 얼굴에 상처투성이 아버지..

가슴에는 상처를 세기지 않도록

창욱이 열심히 뛰어 갈께요.

엄마..

한번만 딱 한번만 불러 주실 수 없으신가요?

'창욱아' 하구요..

이제는 아무도

'창욱아'하고 불러주지 않아요.

오늘따라 엄마 목소리가 눈물이 되네요..

보고싶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