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행복탕에 풍덩!

달봉샘 2010. 5. 4. 22:25

아이들이 왔습니다.

길고 긴 방학이 끝이 났습니다.

동그란 얼굴 가득 그리움의 때를 안고서

선생님 커다란 두 눈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왔습니다.

작은 어깨 둘러 안고 얼굴을 부빕니다.

반가운 웃음과 행복한 만남이

여름방학의 때를 말끔하게 떼어 줍니다.

방학꼬리를 떼지 못한 녀석들은

아침 버스에서부터 실랑이를 벌입니다.

간다.. 못 간다..

왜 안가냐.. 싫다..

엄마에게 붙잡힌 팔은 포기하고

온 몸을 뒤로 하고 버티는 녀석입니다.

선생님이 합세합니다.

불리함을 느꼈는지 울음까지 보탭니다.

아이가 승리하는 시간을 봅니다.

방학이 메롱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재잘 재잘 아침 참새들이 버스에 가득합니다.

수영장에 갑니다.

10일 동안의 물놀이 시간입니다.

쉴새없이 창을 때리는 빗소리에 맞춰

숨도 쉬지 않고 조잘대는 녀석들입니다.

퉁..퉁.. 둔탁한 마이크 소리에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막을 내립니다.

반가운 인사.. 정겨운 노래..

방학동안 잊어 버린 노랫말을 찾아

더듬 더듬 더듬다 보면

아이들의 손 때 묻은 사랑이 피어납니다.

수영장입니다.

손 지붕, 바구니 지붕, 가방지붕

작은 지붕 하나씩 머리에 이고서

수영장으로 달려가는 촉촉한 마음..

훌러덩 벗어 던지면 수영장이 됩니다.

옷을 벗으면 더욱더 작아지는 녀석들

옷만큼 작아지는 녀석들

손바닥만한 수영복을 입고서

커다란 수영장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는 두 눈이 반짝합니다.

작은 발이 물에 담기면 퐁- 소리가 납니다.

퐁.. 퐁..퐁.. 퐁...

커다란 목욕탕 속옷만 입고서

여름방학의 때를 말끔하게 씻어 봅니다.

"무서버요.. 무서버.."

"뭐가 무서워? 물이 귀신이라도 되니?"

"이것봐요.. 이 만큼 오잖아요.."

"그래도 너보다는 작은 걸?"

손바닥으로 물의 키를 재어보고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두 손에 풀칠하고 선생님께 찰싹 붙습니다.

"나 잡아 봐라..."

도망가는 물 놀이

쫓아가는 물 놀이

물 위에서 허둥지둥 두 팔

물 속에서 겅중겅중 두 다리

새끼 오리 물살을 헤치듯

엄마 오리 쾍 쾍 노래하듯

투명한 지붕 유리지붕 머리위로 빗물을 받으며

오늘부터 우리는

행복탕에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