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 2010. 5. 5. 09:49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현관 앞 조그만 의자에 앉아.

구멍 숭숭 뚫린 신발 위로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체중에 눌려 켁켁 숨막히는 허벅지 위로

김치 자욱 벌건 반바지를 봅니다.

아이들 마냥 흥얼거리며 밥을 먹다보면

아이들 마냥 팔꿈치에도 바지에도 밥을 먹이는 선생님.

잦은 비 잠시 쉬는 사이

콧등에 오르는 바람타고 제 모양에 웃습니다.

오늘따라 아이들이 늦습니다.

빗길에 버스도 엉금엉금

비님 내리는 길에 재촉하면 이-놈합니다.

신발을 고쳐 신고 비탈진 마당에 내립니다.

촉촉한 비에 나무가 숨을 쉽니다.

비옷입은 아이들마냥 빗 속에 우뚝서서

내려주는 만큼 받아 안는 나무입니다.

나무는 여름이면 옷을 입습니다.

하나라도 더 벗으려 하는 여름에

하나라도 더 옷을 입는 나무입니다.

사람 좋으라 그늘을 만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늘이 있어 사람도 좋습니다.

두툼한 옷을 입어도 시원해 보이는 까닭이

이와같은 여유가 있어서가 아닐까요?

나무는 겨울이면 옷을 벗습니다.

입어도 입어도 추운 겨울에

남김없이 벌거벗고도 제 모양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이

움츠린 가슴들을 활짝 펴게 합니다.

아무리 추워도 내 안에 움츠리지 않고

밖을 향해 털어내는 나무입니다.

나무는 서 있으므로 나무이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나무입니다.

나를 세움으로 건강하고

나를 바로 세움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손바닥같은 나뭇잎 위로

졸졸졸 흐르는 빗방울을 헤아리며

나무 밑 작은 나무가 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