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내가 없으면 나비가 온다.

달봉샘 2010. 5. 5. 10:05

팔랑 팔랑

꽃잎 떨어지듯

나비 한마리 날아듭니다.

젖은 날개 곱게 열면

눈부신 햇살에 호랑무늬 환합니다.

나풀 나풀 날개짓에

가슴 한켠 바람이 일면

너울 너울 넘나드는

바람 계곡이 보입니다.

더듬이 봉 길게 뻗어

손짓 발짓 담은 후에

바람타고 훠이 훠이 바람 길을 갑니다.

나비 걸음 한 걸음

술 취한 듯 비틀대며

절로 이는 걸음따라

나비따라 나섭니다.

...

유난히 맑은 날 오후

옥길동 눈부신 현관에

나비 한마리 찾아들었습니다.

그놈 날개짓 하는 모양에

눈길이 산만하여 한참을 보고 섰는데

이리오라 손짓하듯 옷깃 스쳐 돌아섭니다.

가는 곳 어디일까 따라 나서는데

몇 발자욱 가다말고 뒤돌아 보는 모양이

필경 날개짓에 손짓을 단 모양입니다.

내친 김에 이리저리 쫓아 보는데

휘- 돌아 앉은 곳에 한 무더기 나비천지입니다.

햇볕이 무거워 단내 달고 떨어진 복숭아 위로

어림잡아 스무마리는 될 법한 나비들이 있습니다.

아지랭이 피어나듯 나비 떼가 일어났다 앉습니다.

손 등 들어 한 녀석 불러보지만

본 체 만 체 복숭아에 눈 팔려 경계마저 한산합니다.

손가락 살짝 뻗어 날개 면에 대어보니

한들한들 바람같은 숨결이 느껴집니다.

" 선생님! 나비와 이야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언제인가 나비를 불렀던 선생님에게 묻습니다.

" 어떻게 하면 나비를 부를 수 있나요? "

" 나비를 부르려면 나비가 되어야지요. 그게 아니면 나를 버리든지 "

"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

" 나비란 녀석은 예민한 녀석입니다.

' 나 ' 를 인식하고 있으면 절대 나비를 부를 수 없습니다.

내가 없으면 나비가 올 것입니다. "

" 내가 없으면... 나비가 온다? "

순간, 피가 쏟구치고

온 몸을 관통하는 물줄기가 느껴집니다.

내가 나 임에 자연과 하나될 수 없듯이

내가 나를 벗어 던짐으로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곧 내가 되어

내가 아닌 자연으로 나비를 부를 수 있다는 것.

내가 곧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

저 가벼운 날개짓에

커다란 우주가 있습니다.

옥길동 천지에 나비가 지천입니다.

오늘은 나비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