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의 제왕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소리입니다.
오늘은 전통 한복 바지 완성의 날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윤 선생님의 손가락을 따라
재봉틀 바늘에 실을 꿰고
북실에 실을 감고
드르륵 드르륵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입니다.
아침 1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소리에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이것은 손바느질을 해야 되요.."
허리단을 달 차례입니다.
세발뜨기?
뽕..
바늘로 손가락 찌르는 소리입니다.
도대체 이건 뭐지?
아리송 하던 천 조각들이
턱 턱 붙어서 바지가 만들어집니다..
"우와.. 신기하다"
점심시간..
볍씨학교 들살림 아이들이 키운
콩나물들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콩나물 무침, 콩나물 비빔밥, 콩나물 김치국
콩나물 많이 먹으면 키 큰다던 할머니의 목소리
지금쯤 옥길동 뒷산만해져야 하지 않나?
드르륵 드르륵
콩나물이 재봉틀을 돌립니다.
저녁시간..
야외 식사시간..
볍씨학교 마당에서
솥뚜껑 엎어놓고 솥뚜껑 구이를 먹습니다.
"이건 제주도 돼지래요.."
총무님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
"제주도 돼지는 똥만 먹고 산다.."
"에이.. 나. .안 먹어.."
"선생님이 다 먹을께.."
"그럼.. 나도 먹을래.."
온갖가지 야채에다 돼지고기..
푸짐한 저녁식사입니다.
드르륵 드르륵
"자.. 이제 끈만 달면 되요.."
마지막 재봉질에 신바람이 들러 붙습니다.
"자.. 입어 보세요.."
"우와.. 너무 멋지다.. 내가 옷을 만들다니.."
감격에 재봉틀이 부르르 떨립니다.
"다음에는 저고리 재단을 하지요.."
"네..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이들 언제 오지?
아이들 오면 자랑해야지..
선생님이 직접 만든 바지라고..
옷을 만드는 일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 합니다.
자신의 옷을 만들때는 스스로를 들여다 보고
다른 사람의 옷을 만들때는 한 땀 한 땀
그 사람을 생각한다 합니다.
아버지..
아버지께 옷을 만들어 드려야겠습니다..
"이게 뭐냐? 누가 이런거 만들어 달라고 그랬냐?
이런거 만들 시간 있으면 결혼 할 생각이나 해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어린아이 투정부리듯 나무라시는 아버지시지만
돌아선 얼굴에 환한 웃음 숨기시는 아버지이십니다
허리춤 졸라메고 산 재봉틀을 매만지며
마술처럼 태어난 한복 바지를 매만지며
희망이 헤죽 웃어 봅니다.
"하하.. 난.. 바지의 제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