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별 게 다 행복한 날

달봉샘 2010. 5. 5. 09:58

오늘은 출근하는 날 !

길고 긴 휴가를 마치고 말끔하게 면도하는 날 !

얼굴 가득 비누칠을 하고 면도를 하는 입술에는

사과 한쪽 베어 먹은 행복이 머물러 있습니다.

새벽 5시 !

쿨쿨 베개 껴 안고 잠자던 시간에

거울 속 꽃게는 입 안가득 거품을 머금습니다.

팅~

유리알 두드리듯 청명한 소리

옥수수 이빨 드러내며 히죽 웃는 웃음뒤로

살포시 기지개켜는 아침이 있습니다.

어제와 같은 아침임에도

하나 하나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차곡차곡 먼지쌓인 가방을 툭- 털어 어깨에 메고

햇볕과 바람과 비에 절인 자전거를 탑니다.

강아지마냥 꽁꽁 묶여 있던 녀석,

녹물에 취해 잠자는 녀석을 힘껏 밟아 줍니다.

하늘도 좋고 바람도 좋은 아침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꾸뻑 고개숙여 전하는 아침입니다.

삐그덕 삐그덕

고개넘듯 넘어가는 패달소리에

한 고개 두 고개 넘고넘는 여우를 불러 봅니다.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잔~다. 잠꾸러~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죽었~ 니 ?, 살았~ 니?

살았다 !!! "

옥길동 언덕을 오릅니다.

오르랑 내리랑 콩콩대는 길 끝에

아침 해가 눈부시게 부셔집니다.

" 으르....ᄋ... 웰 웰 !! "

강아지 목 쉰 소리 들려옵니다.

바람타고 먼저 간 녀석보며

하늘이 기분좋아 짖어대는 소리입니다.

" 잘 있었니? 하늘아? 그동안 잘 지냈니? 많이 말랐네? "

옥길동 학교 옆 들풀 정글 속에 하늘이 집이 있습니다.

꼬리 짧은 반달이 엉덩이를 씰룩샐룩

희망이를 제일 먼저 반겨주는 옥길동 터줏대감들입니다.

( 하늘이와 반달이는 옥길동 학교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름입니다 )

" 냐아아웅~ "

노란 자위 졸린 눈을 뜨고서 고양이 살금이가 인사합니다.

" 어? 걔는 누구니? "

얼룩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살금이 뒤로 고개만 삐죽 내밉니다.

" 이 녀석! 또 도둑 고양이 새끼를 키우는구나! "

쇠줄에 묶여 사냥 할 줄 모르는 살금이는

엄마 잃은 새끼 고양이의 포근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저너머 꼬꼬댁 둥지.

" 이야야야아아웅~ "

허리펴며 기지개 올리는 고양이 찐득이의 인사도 들립니다.

" 그래, 이 녀석아! 조금만 기다려! "

일곱시도 안 된 시간

강아지와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옥길동 밤을 지키는 동물들이

부스럭 부스럭

아침을 깨웁니다.

' 너무 일찍왔네 ! '

거북이 뒷 걸음질 치듯 엉금엉금 기어왔지만

시간은 그 보다 더 느린 굼벵이를 닮았나 봅니다.

짧고도 긴 휴가동안

학교는 많이도 변해 있습니다.

방울 방울 달린 과일나무도 그렇고

긴 머리 풀어헤친 온갖가지 들풀들도 그렇고

컹충 키만 자란 해바라기, 제 폼을 자랑함도 그렇습니다.

내 곁에 자연을 두고서

바둥바둥 자연찾아 발품 산 자신이 우습기만 합니다.

부우우웅~

자동차 바람빠지는 소리

버스 기사선생님께서 오십니다.

" 안녕하세요! "

" 응? 벌써 왔어? "

" 벌써라뇨? 1년은 족히 지난 것 같은데요... "

반가운 인사는 나눌수록 반갑습니다.

" 천천히 왔는데도 너무 일찍 왔네요. 신입교사 첫 출근하는 것처럼... "

" 일하는게 뭐가 그리 좋아서 새벽부터 나와? "

" 좋지요. 얼마나 좋은데요. 일하고 싶어 몸살이 났어요 "

" 그럼, 아침 차나 같이 타지 "

" 예. 그러지요. "

아직은 여름방학이지만

방학맞은 아이들을 위한 특강이 오늘로 일곱 번째 날입니다.

바퀴도 구르고 동동 발도 구르고

버스는 쉼 없이 아이들에게 달려갑니다.

" 안녕하세요 "

작은 손 보이자마자

불쑥 쏟는 까칠머리

" 어? 달봉이 선생님 ! "

" 으히히히히... 이 녀석! "

이 녀석은 알까

내 얼마나 보고싶어 손가락 꼽았는지

꼽다 꼽다 마디 마디 손가락 헤진것을.

만나는 녀석마다

기쁨이 두 배, 행복이 세 배

절로 터져 나는 웃음과 배 부른 이야기들이

절로 몸서리쳐지는 행복입니다.

" 어! 선생님! 언제 오셨어요? "

선생님들을 만남니다.

" 잘 지내셨어요? "

" 재미있으셨어요? "

" 선생님들이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

웃음보다 가슴이 먼저 나옵니다.

진정 보고 싶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부딪히는 일 들마다

모두가 기쁨이고 모두가 행복입니다.

찌는듯한 더위도 행복하고

코 찌릿한 아이들 꼬랑네도 행복입니다.

이 세상 모든 행복이 몽땅 내게 온듯

오늘은 진정 별게 다 행복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