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샘의 성장통

손가락 장난

달봉샘 2010. 5. 5. 13:56

아이들에게 보여줄 마술 연습을 하느라

끝이 뾰족한 바늘을 들고

손바닥 안에서 이리 저리 굴리다

콕하고 손가락을 찔렀습니다.

뾰족한 바늘 마냥

머리칼이 쭈삣 서고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입에 뭅니다.

단지 손가락을 콕 찔렸을 뿐인데.

입안에서 뱅글 도는

찌릿한 피 냄새.

꿀컥 삼킬까 뱉을까 하다

문득 입에 물었던 손가락을 놓아

손가락 생긴 모양을 봅니다.

다섯 녀석 중 엄지라는 녀석은

가장 작은 녀석이 가장 낮은 곳에 있습니다.

작기도 가장 작거니와

두껍기도 가장 두껍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네 손가락과 달리

뚝 떨어져 있는 모양입니다.

마치 토라져 한 발 물러서 있는 아이처럼.

엄지와 가장 멀리 떨어진 새끼는

엄지를 제외한 다른 세 녀석과 나란히 있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세 녀석들 사이보다 좀 더 떨어져 있습니다.

엄지보다야 길지만 다른 세 녀석들과도 사뭇 다른 모양입니다.

검지와 중지와 약지를 봅니다.

서로 비슷하게 생긴 세 녀석입니다.

길이야 중지가 가장 길지만

생긴 모양은 얼핏보면 그 녀석이 그 녀석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나 다른 녀석들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녀석들이

한 손바닥 위에 돋아 있습니다.

본디 바탕은 하나인데

하나에서 다시 다섯이 되었습니다.

바늘을 들어 엄지를 콕 찌릅니다.

온 몸이 움찔하는 것이 엄지만 아프다 할 수 없습니다.

검지를 콕 찌릅니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지도 약지도 새끼도

찌르면 찌르는 대로

시작은 다르지만

반응은 같습니다.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녀석들 움직이는 모양을 보니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최고' 이기를 좋아하는 엄지

'아차!' 놓친 것을 잘 짚어주는 검지

가만히 있어도 중심이 되는 중지

혼자 움직이기에는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불어 사는 증표(결혼반지)를 품고 사는 약지

내 소중한 마음을 약속하는 새끼.

제 모양도 다르지만 제 역할은 더욱 다른 녀석들.

이렇게 서로 다른 녀석들이

각기 다른 아이들이

한 손바닥에서 난 것 마냥

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 몸으로 품는 손바닥 마냥

좋은 선생님은 되지 못하더라도

엄지더러 새끼 되라 하는 선생님은 절대 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본디 바탕은 하나라는 것을

콕 하고 찔러 아팠던 기억을

절대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